매일신문

[종교칼럼]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어린 조카 손주가 제삿날을 맞아 조카며느리와 함께 시골 큰집에 왔다. 서울 아파트에서 부모와 달랑 셋이 살던 아이가 친척 어른들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지 짜증을 부렸다. 여인들이 모두 부엌일로 분주한 가운데 엉겁결에 애 보기를 맡게 되었지만, 독신으로 살아온 중년의 성직자가 아이 다루는 법을 알 리 없으니 난감하다.

만화 비디오라도 틀어주면 어떻겠느냐고 매형이 거들어보지만 갑자기 그런 것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비디오라고 하나 발견한 것이 영화 '미션'이라 그걸 틀어 주었더니, 의외로 눈을 말똥거리며 열심히 본다.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재미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이 꼬마 왈, "별로 재미없어요. 근데 누가 우리 편이에요?".

아이의 비평 기준에 너무 많은 것을 읽어 넣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 녀석이 커서도 편 가르기 이상을 배우지 못하면 안 될 텐데…'하고 마음이 쓰였다.

'리틀 싸이' 황민우 군에게 일부 누리꾼들이 몰상식한 댓글 린치를 가한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묵은 문제점 하나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바로 폐쇄성이다. 편 가르기야 어느 집단이나 하는 것이고 또 결속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작용도 하지만, 그것이 성숙하지 못하면 폐쇄성으로 이어진다. 우리 편이라고 해도 간단하지 않은 것이, 그 외연이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나라, 인류 공동체로 넓어지며 서로 겹치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의식을 가지고 또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남의 편'을, 그것도 자기보다 약한 이들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행태는 좋게 보아도 제 힘으로 서지 못하는 미성숙의 발로이고, 엄하게 보면 추악한 마음의 불구이다.

종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비판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필자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따갑게 느낀다. 편 가르기와 약자 때리기에 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자주 빌미를 제공한 것이 바로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친 예수는 그 이웃 사랑의 본보기로 사마리아인, 곧 유대인들에게 멸시받던 외국인을 들었다. 그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자처하는 이가 우리나라 인구의 30%에 달한다. 생김새가 서로 다르고 생각이 저마다 같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여길 줄 아는 지혜를 예수는 2천 년 전에 이미 가르쳐주었다. 그것을 배우고도 실천할 줄 모르는 종교는 짠맛을 잃은 소금처럼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짓밟힐 따름이다.

정태우 천주교 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장 tinos5601@gmail.com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지지자로부터 동봉된 5만원을 국고에 귀속시키며 정치적 청렴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남북 간...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을 포함한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해킹 공격을 받아 고객 및 직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KB국민은행...
영화 '암살자(들)'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루며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메가박스가 증정하는 오리지널 티켓의 디자인이 또 다른...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과밀 학급과 교사 부족, 긴 수업시간, 낡은 학교 시설에 항의하며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