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토부 상대로 부산 요구 관철시킬 때, 대구경북은 '… …'

지역 '신공항 전략 부재' 비판 목소리 커져

남부권 신공항 건설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대구경북 정치권과 지방 정부의 전략'전술 부재(不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량 결집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부산과 달리 대구경북은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거나 뒷북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공항 논의에 대구경북은 없다?

지난 4월 이후 국토교통부와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영남권 5개 시'도는 신공항 수요-입지조사 동시 진행을 협의했다. 국토부는 '신공항 수요조사 용역을 발주하기 전에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영남권 5개 시'도가 수요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사전 합의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내걸었지만 영남권 5개 시'도, 특히 부산은 '정부의 신공항 추진 의지가 먼저'라며 신공항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 수요'입지조사를 병행하거나 입지조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방안부터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후 국토부는 12일 부산시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와 만나 입지타당성조사를 위한 비용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수요조사 기간 중에 입지와 평가기준, 용역기관 선정 등 타당성조사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고, 수요조사 후 공백기 없이 즉시 타당성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영남권 5개 시'도가 이 같은 국토부 입장 변화를 전격 수용할 경우 신공항 건설 추진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영남권 5개 시'도 입장은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수요'입지조사 병행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 온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국토부가 제시한 이번 안이 신공항 수요'입지조사를 사실상 병행키로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단 전향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이며 수용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구경북은 없었다. 국토부의 입장 변화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지역 정치권은 신공항 주도권을 부산 정치권에 내준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구시 또한 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수요조사라면 정부 입장을 받아들이겠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눈치 살피기에 급급해 아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전략'전술이 없다

앞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구경북은 지역 출신 대통령 눈치만 살필 뿐 신공항 논의 대상에서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정권 당시 부산 가덕도와 함께 신공항 입지 지역으로 경쟁했던 경상남도 '밀양'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기자회견 발표 이후 시계추가 멈춰 있다. 밀양을 지지했던 대구경북'경남'울산의 연대감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고, 가덕도에 대응한 전략'전술 개발도 찾아볼 수 없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지난달 28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만나 수요'입지조사 병행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장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만 줄곧 유지하고 있다.

김 시장과 김 지사, 홍 지사 모두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영남권 5개 시'도 간 과열 경쟁을 막고, 입지 선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전문가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남부권 신공항 건설 여론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부산의 행보에 비해 대구경북을 비롯한 4개 시'도는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는 일찌감치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김해공항 확장을 동시에 꾀하는 '투-에어포트'(two-airport) 체제 전략을 마련했다. 이는 일본 나리타-하네다 공항, 인천-김포 공항 사례처럼 김해공항을 국내선 위주의 도심공항으로 특화시키고, 가덕도 신공항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국제선 중심공항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대구경북에는 신공항 전략'전술이 없다. 당장 정부가 수요조사와 함께 입지 타당성조사를 위한 사전 준비 절차를 진행할 경우를 대비해 평가위원은 누구로 할지, 평가방법은 어떻게 할지 등을 서둘러 검토해야 할 시점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지역의 목소리는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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