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 창립자 데이비드 패커드는 1960년 한 연설에서 "엔지니어링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하는 두 개의 핵심 기준이 있는데 디자인과 디테일이다. 하지만 디자인 하나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아주 세부적인 사소함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테일에 실패한다면 빠른 생산은 의미가 없고 돈도 벌 수 없다"고 역설했는데 HP의 슬로건인 'Inexpensive Quality'(값싸고 좋은)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작은 일이 큰 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이 완벽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은 생산'기술에 집중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디테일론'은 어느 분야에든 적용된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외교 무대는 자국의 이익과 체면을 중시하는 국가 간 교섭의 장이다. 자연히 국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나라마다 외교 스케일과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인다. 중국의 '팬더 외교'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팬더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도구다. 사소해 보이지만 껄끄러운 외교에서 일을 완벽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군 유해 송환 제안에 대한 중국 내 반향이 크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은 아직 없지만 바이두(百度) 등 매체에는 우호적 감정을 드러내는 댓글이 수천 개나 달렸다고 한다. 4일 남방도시보에 실린 작가 덩강옌의 '잊을 수 없는 전쟁 묘지 이야기'(不能忘?的戰爭墓地故事) 기고도 중국인 사이에 화제다. 전몰 유해를 방치하는 중국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유해 송환 제안에 대해 한 중국 학자는 "역사적 난제 앞에서 이경어중(以輕馭重)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벼운 것으로 무거운 것을 부린다는 의미다. 사소하나 서로의 공감이 일을 되게 하고 외교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이해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북핵이나 한중 FTA와 같은 큰 스케일(重)의 사안도 작은 디테일(輕)에서 접근한다면 더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디테일한 접근 방식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이를 급반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라는 디테일에 더 깊이 파고든다면 그 어떤 장애물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비 건립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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