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공원을 둘러보다가 실종된 앵무새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발견했다. '반려인과 산책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렸구나' 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상세 설명을 보니 '윙컷'을 한 아이라 날지 못한다고 적혀 있었다. '윙컷'(wing cut)이란 말 그대로 날개를 잘랐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집에서 기르기 위해 본능적으로 날아다니는 새의 날개를 잘랐다는 말인가라는 의아함이 생겼다. 게다가 길 잃은 앵무새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 날지도 못한 채 헤매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안쓰럽다 못해 그 날개를 자른 사람이 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본 윙컷은 내가 생각한 의미와는 조금 달랐다. 아예 새를 날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평 비행은 가능하지만, 천장이 있는 생활공간에서 수직비행을 하다가 다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순간적으로 높게 올라갈 수 있게 하는 날개 끝 깃털을 살짝 잘라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고양이 발톱이나 털을 자를 때 아프거나 피가 나는 게 아닌 것처럼 윙컷도 통증은 없다고 했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애조인들이 단단히 오해할 뻔했다.
'윙컷'처럼 반려동물에게 행하는 행동 중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오해할 수도 있는 것들이 있다. 나는 종종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대한 오해를 듣곤 했다. 체셔는 우리 집에 와서 건강상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즉시 바로 중성화 수술을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주위 지인들의 반응은 '불쌍해' 라거나 '잔인하다'라는 반응이었다. 현재 시행 중인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인 TNR(trap neuter return)에 대해서도 동물 학대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윙컷'이란 단어에서 느꼈듯 '고양이 중성화 수술'이라는 말만 놓고 본다면 이 역시 잔인한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발정동물이라 개나 여타 다른 반려 동물들에 비해 잦은 발정과 출산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염려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은 동물이다. 게다가 발정이 왔을 때 하는 울음소리나 여타 행위들은 고양이와 반려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체셔의 경우엔 그저 수술을 하는 게 좋고 그것도 어릴 때 하면 할수록 더 좋다고 하기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구나 생각하고 한 수술이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해 수명도 3~5년 정도 더 늘어난다는 점을 추후 알게 되었기에 중성화 시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물론 고양이 중성화가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어느 생명체에게나 있듯 고양이에게도 종족 번식 본능이 있고 거기에 덧붙여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모성본능까지 생각한다면 반려 고양이의 중성화에 대해 정해져 있는 답은 없다. 반려인이 반려묘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받아줄 수 있고 이해해주며 자신의 반려묘에게서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도 책임 질 자신이 있는 환경이라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여느 이야기책에 나오듯 '체셔2세'나 '앨리샤2세'와 같은 내 사랑하는 반려묘의 자손들과 쭉 함께하고픈 마음도 늘 가지고 있다. 다만,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번식 능력이 뛰어나기에 아무런 대안 없이 방치한다면 일 년에 4~6번 이상의 출산을 한다는 것, 그로인한 고양이 자신의 스트레스나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많은 반려인들이 중성화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길고양이 TNR 역시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위한 것이지 고양이 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본다면, 고양이 중성화는 더 이상 잔인하다거나 불쌍하다고 표현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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