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백안동 백안삼거리에 놓인 '6'25 및 월남참전유공자 기념비'의 이전을 두고 유공자 가족과 동구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기념비 추진위원과 유공자 가족은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현재 위치를 두고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하려 한다고 맞서고 있고, 동구청은 법적인 절차에 문제가 없고 현재의 위험한 도로가보다 이전예정지인 공원이 관람하기에 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동구청은 이달 14일 백안삼거리 화단 정비 공사를 진행하면서 중장비와 인부를 동원해 2008년 6월 세워진 기념비를 들어냈고, 앞으로 이를 미대동 체육공원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날 기념비추진위원과 유공자 가족들은 백안삼거리로 나와 기념비 이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유가족인 우재선(84'여) 씨는 "20대 때 남편을 떠나보내고 힘들고 서럽게 살아오면서 기념비가 위로가 됐다"며 "마지막으로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하게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 기념비를 철거해버렸다"고 말했다. 유공자인 하종덕(92) 씨는 "유공자와 유족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세운 기념비를 10원 한 푼 보태지 않은 구청이 나서서 굳이 옮기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념비 추진위원과 유공자 가족은 기념비 관련자들의 동의 절차 없이 이전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동구의회가 화단 정비 사업을 승인하면서 기념비에 새겨진 참전 용사와 유가족에게 동의를 받도록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것. 또 기념비에 대한 도로법상 도로점용허가가 올해 말까지 남아있는데도 구청은 이달 5일 일방적으로 허가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태락(76) 기념비 추진위 총무는 "삼거리에 있는 현재 기념비는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면서 관람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단지 화단을 만든다는 이유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옮기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동구청은 2008년 기념비가 놓인 현재 위치는 도로부지인 교통섬으로 점용허가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이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팔공산의 관문인 백안삼거리 화단 정비 사업 차원에서 기념비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점용허가 때 공익사업이 있으면 기념비의 이전 및 철거가 가능하다고 이미 제시했고, 현재 진행 중인 화단 정비가 바로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이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것.
동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기념비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부지에 있어서 관람객의 안전에 문제가 있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보다 넓은 공간인 미대동 체육공원으로 이전하면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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