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한국 기업들의 눈길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을 '사돈의 나라'라고 부른다. 베트남은 한국에 중국 다음으로 많은 신부를 보낸다. 현재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은 5만2천 명을 넘었다. 경북지역에서는 결혼이민자 가운데 베트남 출신 국적 여성이 4천743명(39.2%)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 문제로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오는 순간 환상은 깨진다. 한국인 남편은 자신보다 나이가 10세에서 20세 많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경제형편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관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잘 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남편뿐만 아니라 시집 식구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혼하거나 도망치는 베트남 여성들도 많다. 안타깝게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2010년 부산에서 20세 베트남 신부가 입국 1주일 만에 40대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2011년 청도에서는 20대 베트남 신부가 30대 남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형적'역사적으로 매우 닮았다. 한반도와 베트남 지도를 보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지형이다. 36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처럼 베트남은 87년간 프랑스 통치를 받았다. 베트남 전쟁은 남북이 갈려 싸운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6'25전쟁과 닮았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71년까지 8년간 모두 31만3천 명이 참전했다. 우리는 파병에 따른 미국의 지원으로 경제부흥을 이룰 수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받은 외화는 약 10억달러로 추산됐다. 물론 한국군의 피해도 컸다.
지난 2011년 청도에서 한국인 남편의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여성의 어머니는 딸을 죽인 사위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베트남 여성의 어머니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다른 베트남 여성에 대해 더 많은 신경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자신의 사위를 용서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민감한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 베트남 신부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해도 외교 문제로 확대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베트남이 한국을 '사돈의 나라'가 아니라 '악연의 나라'라고 여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싸이와 함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리틀 싸이' 황민우 군에게 쏟아진 악성 댓글은 단지 황 군의 엄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와 베트남이 진정한 '사돈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베트남에 대해 잘 알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리목적으로 이뤄지는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 2세들을 차별하는 자세를 바꾸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인식 변화만큼 정책도 빨리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외국인 정책을 통합해야 내국인과 외국인 간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베트남은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베트남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돈벌이'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 진정한 '사돈의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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