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 향 보급 앞장 해인사 능혜 스님

"불가에서 쓰던 천연 香, 현대인 심리안정 도움"

취운향당 창립 20주년을 맞아 일반인들에게 향의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능혜 스님.
취운향당 창립 20주년을 맞아 일반인들에게 향의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능혜 스님.

"천연 향약재를 사용해 제대로 만든 향은 정신세계의 꼭짓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향은 심리적 안정은 물론 머리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예부터 불가에서 수행의 방편이 되어 왔습니다."

한국불교에 내려오는 불교 고유의 전통 향방을 전수받아 우리 전통 향을 보급해온 해인사 원당암 능혜 스님(세수 51년'법랍 31년)이 전통 향을 연구하고 복원한 이야기를 엮어 '문향(聞香)-향기 속으로'란 책을 냈다.

"향과의 인연은 봉정사 지조암에서 안거를 할 때 한 선배 스님이 '송광사 선원에서 해봉 스님을 시봉하면서 배운 것인데 수행하면서 틈틈이 만들어 쓰면 매우 요긴할 것이다'며 내게 전통 향방을 전해줬어요."

능혜 스님은 이때부터 깨달음을 위한 또 다른 화두로 향 공부를 시작, '방약합편' '본초강목' 등 한의학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향의 원류는 아득한 원시시대 움막에서 불을 피우면 발생한 연기에 기원을 둔다. 이때 연기는 살충'살균 효과를 보였고 불가에서도 좋은 향약재를 이용한 향에 진정작용이 있음을 일찍이 알았던 것.

"향을 맡으면 수승화강(水乘火降), 즉 차가운 수의 기운이 올라가고 화의 기운이 몸 아래로 내려가면서 무엇보다 먼저 머리가 맑아지죠. 머리가 맑아지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불 보듯 훤합니다. 현대인에게도 향은 심리적 안정과 함께 집먼지 진드기 등을 제거하고 피부 곰팡이를 없애줍니다. 또 냉증을 완화하고 전자파 발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능혜 스님에 따르면 최고의 향약재는 단연 침향이다. 침향은 팥꽃나무과 상록교목에서 나온 수지의 일종인 '묽은 에탄올 엑스'로 지구 상에는 20여 종 존재하며 우리나라선 남해 망운산 산당나무에서 침향을 채취했다는 기록만 있다. 삼국유사엔 신라 19대 눌지왕 때 양나라에서 온 묵호자가 향을 이용해 공주의 병을 치유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느 정도 향에 대한 이해에 도달한 능혜 스님은 20년 전 단돈 1천만원으로 성주 선남면 도성리에 '취운향당'을 세운 후 선향, 가루향, 뿔향, 향낭 등 16종의 향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수익금의 대부분은 불교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제품 생산을 위한 많은 실패 끝에 나는 100% 천연 향은 몸에 이로울 뿐 아니라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능혜 스님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 향약재인 침향을 녹차와 혼합, 발효시킨 병차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향로에 향이 은은히 피어오르면 두 손을 감싸 쥐듯 하여 향을 듣는다(聞香). 가만히 어느새 모든 신경이 향에 집중되면 무심한 가운데 풍요로움과 여유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향을 맡는다' 하지 않고 '향을 듣는다' 하는 까닭은 불가에서 말하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식이 하나의 감각으로 녹아들어 '맡음이 곧 들음'이라는 작은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스님이 말한 향도(香道)의 경지다.

취운향당은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다양한 향도구와 향 제품 전시회를 열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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