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culture)란 '경작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쿨투라(cultura)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떤 작물과 짐승을 키우는가에 따라 삶의 양태가 달라지고, 그것이 문화를 만든다는 관점이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영혼도 가꾸어야'(cultura animi)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영향으로 들판(agri)에서 경작하는 것은 농업(agriculture)이고, 정원에서 가꾸면 원예(horticulture)라고 본 것이다.
오늘날 문화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사상, 언어, 의례, 도덕,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이라 할 수 있다. 삶의 양식이라는 의미에서 문화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로마인들이 생각한 것처럼 어떤 작물과 짐승을 키우는가에 따라 인간생활의 패턴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18세기에는 예술지상주의의 영향으로 예술만을 문화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예술품의 대량 전달이 이루어졌고 소수만이 누릴 수 있었던 문화적 혜택이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고귀한 인간정신의 산물인 예술이 상품으로 생산, 판매될 경우 인간정신은 획일화된다는 부정적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세계화 현상은 문화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글로벌 경제의 출현으로 창의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문화콘텐츠산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문화콘텐츠산업의 등장 배경으로는 ▷인터넷과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 ▷ICT기술과 문화콘텐츠의 결합 ▷문화콘텐츠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를 들 수 있고, 이에 따라 문화는 예술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8월 31일부터 9월 22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열리고 있다. 이번 엑스포는 지중해와 중국의 서안을 연결했던 고대 실크로드가 경주까지 확장되었음을 학술적으로 확인하고, 경북도가 주요 거점도시들과 교류'협력체계를 구축해 신라문화와 한류를 전파하고 통상을 강화하기 위한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선덕여왕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신국의 땅, 신라'를 비롯해 한'터키 전통패션쇼와 예술합동교류전, 세계민속공연축제 등 9개 분야 25개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K-팝 공연'으로 목표 관람객 250만 명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 한다. 문화는 순수예술만이 아니라 현대적 생활양식을 담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다양한 생활방식을 담은 문화콘텐츠가 풍부하다. 신라문화권, 가야문화권, 유교문화권, 해양문화권은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문화엑스포의 핵심주제로 떠오른 경주의 불교문화와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시작점이 될 것임을 알리고 있다.
이번 문화엑스포를 계기로 문화콘텐츠산업의 진흥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문화콘텐츠산업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불과 10년 전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 정부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 창업을 통한 실업 해소,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 문화콘텐츠산업에도 집중, 2011년 기준 약 700억유로에 달해 GDP의 2.7%에 이르고 있다.
둘째, 문화콘텐츠생산자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창조적인 콘텐츠의 생산을 위해서는 콘텐츠 창작자들의 기초생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콘텐츠의 핵심인 문학, 음악, 미술, 공연 분야의 저소득층 예술인에게는 연금과 의료보험을 지원하는 예술인사회보험제도(KSVG)를 적극 벤치마킹할 시점이다.
셋째, 문화콘텐츠를 여타 산업으로 융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문화엑스포는 한국의 찬란한 전통문화와 IT강국의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속적인 관심과 경제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와 관광산업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다행히 대구경북지역에는 전통한옥과 종갓집의 40% 이상이 자리 잡고 있어 한옥체험과 더불어 선비문화를 배우는 선비체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독일의 문화정책을 이끈 베른트 노이만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원은 보조가 아니라 독일의 미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투자"임을 강조한 바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는 경작하는 것이지만, 그 이전에 씨를 뿌리는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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