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현실에 대한 고민도 제쳐놓고 이제 찬란했던 한 시기가 지나갔음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간의 시간이 아쉽다기보다, 고마웠습니다.
그리 잘난 대학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 본격적인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있을 1학년 친구들에게, 이 지면과 '졸업생'이라는 자리를 빌려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고 싶습니다. 아는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태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되어 왔는데, 대학에 와서까지 아직도 '강제로 맺은 인연'에 친구를 사귀고, 연인을 만나는 건 어쩌면 서글픈 일이라고 말입니다. '인연'이야 어디든 있는 것이겠지만, 다양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학에서, 이 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끝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신의 자격이 부족할지라도, '학생'이란 신분으로 겁 없이 도전하고 누군가와 일 할 수 있는 곳 역시,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이죠. 이것을 충분히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인간관계 중에서도 '선배'를 잘 만나는 것이 대학생활에선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선배 잘 못 만나면 인생 꼬인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요. 요즘 대학 문화가 많이 개인화하였다지만, 여전히 어떤 일을 만들기 위해선 '무리'가 필요하고, 거기엔 일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선배'가 꼭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피터버거는 '사람은 자신의 친구를 선택함으로써 신을 선택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그 사람의 주변 사람을 둘러봐라'라고 똑같이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것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선배를 만나고, 무리를 이루는 일'은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일일 겁니다.
다음으로 전해주고 싶은 조언은,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꼽아야만 하는 '독서'입니다. "시간이 주는 경험은 단축할 수 없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뿐이다." 어느 방송에서 이효리 씨의 언니 이애리 씨가 한 말입니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확실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한 문장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인간적으로 더 성숙하다고 말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지혜롭다'는 말은 가능할 겁니다. 사회와 인간관계를 인식하는 데, 독서만큼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도 없으니까요.
책을 만나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대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만난, 책의 다수는 사실 두꺼운 필기 노트이거나 재미있는 친구 정도 수준에 가깝습니다. 저도 다르지 않죠. 하지만 대학에서는 '선생님'이나 '해설자'로서 책과의 만남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분명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 느낌이 들 겁니다.
마지막 조언은, '자신의 틀을 깨라'입니다. '도전'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쪽은 쉽게 나서지 못하죠. 하나의 장기를 발견해서 잘 개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엉뚱하게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심지어 관심 없었던 분야도 한번 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특기 하나보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은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오로지 여기저기 치고받은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통찰력이죠.
대학은 그 태생에서 어쩔 수 없이 '학문'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도발적이지만 고고하고 풍요롭지만 척박합니다. 학문의 세계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곳만큼이나 넓기에, 이 세계를 탐구하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각자의 길을 만들 듯, 자신의 길을 다른 세계에 꿈꾸고 있다면, 과감히 대학 너머를 상상하고 실천하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무언가를 진지하게 대할 때 삶의 진실은 드러날 테니까요.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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