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미국 속의 한국과 2013년 현재 미국 속의 한국은 아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삼성과 싸이만으로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한국에 대한 평가도 꽤 높아 보인다. 전자 제품 매장에 가면 삼성 TV와 모니터, 갤럭시 핸드폰이 메인 부스를 차지하고 있다. 좋은 호텔에 가면 삼성이나 LG 등 우리나라 TV가 있고, 좀 후진 호텔에 가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제품들이 있다. 도로 위에서 종종 현대 로고를 달고 달리는 차들을 볼 수가 있으며, 언론에서 발표하는 세계의 유력 인물 리스트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최근 미국의 한 연예지가 발표한 올해의 혁신가 명단에 삼성의 CEO가 6위에 랭크된 바 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세계에서 삼성이 애플과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외국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싸이에게 열광하면서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른다고 했을 때도 그냥 일부의 이야기겠지, 우리의 시각에서 부풀려 해석한 거겠지 정도로 과소평가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밖에서 바라본 한국은 꽤 멋있는 '녀석'이었다. 왜소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전자 제품이나 반도체, IT 분야에서 그야말로 세계를 주름잡고 있었으며, 그동안 '짱'을 먹고 있던 애플이란 녀석과 동등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더불어 '강남스타일' 같은 예능 능력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오히려 뜨문뜨문 접한 루머 등으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녀석들을 한 번에 사로잡는 신공을 발휘했다. 이후 그들은 아주 호의적인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한국에서 온 친구들에 대해 무한 신뢰와 친근함을 갖게 하는 능력도 발휘했다.
한걸음 떨어져서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은 그동안 내게 인식되어 있던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세계지도에서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쉽게 보이지도 않는 극동의 조그만 땅덩이를 가진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름 멋있게 자란, 어떻게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그런 '내 나라'였다.
'낯설게 보기'(Defamilarization)는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주로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의 지각은 보통 자동적이며 습관화된 틀 속에 갇혀 있는데, 이러한 자동화된 일상적 인식의 틀을 깨고 한 걸음 떨어져서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낯익은 것들의 새로운 측면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다르게 생각하기와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매일 똑같은 생활과 반복되는 업무는 매너리즘을 동반하고 조건반사형 인간만을 만들어 낸다. 어떤 행동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면 항상 똑같은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익숙함은 편하다. 그러나 익숙한 것을 한 발자국 떨어져 낯설게 볼 때 의식하지 못한 것을 의식하게 된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매일 하는 일을 똑같이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설게 보는 출발점에 서보자. 또한 나는 이제까지 이래 왔고, 이것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에 대해 모호한 규정을 내리고 얽매이는 대신 항상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우린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 삶을 좀 더 새로운 차원에서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주변과 일상을 전혀 새롭게 쳐다보는 것, 즉 '낯설게 보기'를 통해 우리는 행복해지고 감탄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요즘 어때?'라는 일상적인 질문에 '그냥 그래' 또는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나 자신을 그리고 내가 사는 모습을 '낯선 시선'으로 한번 들여다보자. 아마 그냥 그런 삶이 아니라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한 지 7일이 지났다. 쟁점이 된 '오바마케어'는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자 했던 오바마의 공약이었다. 그동안 당연한 듯 누려온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김미경/대구가톨릭대 교수·호텔경영학과 mkagnes@cu.ac.kr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