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뇌성산 '뇌록'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포항시 남구 장기면 뇌성산 뇌록산지의 한 바위에 뇌록 특유의 녹색 물질이 이끼처럼 끼여 있다. 문화재청 제공
포항시 남구 장기면 뇌성산 뇌록산지의 한 바위에 뇌록 특유의 녹색 물질이 이끼처럼 끼여 있다. 문화재청 제공

국내 유일의 뇌록생산지이면서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방치돼 온 포항시 남구 장기면 뇌성산 '뇌록산지'(본지 2012년 7월 7일 자 3면 보도 등)가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될 전망이다. 뇌록(磊綠)은 지질작용에 의해 생성된 일종의 광물자원으로, 철분이 풍부한 운모류의 일종인 셀라도나이트(celadonite)이며 녹색을 띠고 쉽게 분말로 제작할 수 있어 조선시대 건축물의 단청(丹靑)에 사용돼 온 전통 천연안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항시 장기면 지역을 비롯해 황해도 풍천군과 평안도 가산군 등지에서 산출됐으며 현재 남한에서 뇌록의 산출지는 포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10일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이 뇌록산지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갖고 이해 관계자와 각계의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구역은 뇌성산 일대 뇌록산지 5만6천231㎡ 중 2천841㎡ 가량이며, 포항시가 위탁 관리하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포항 장기면 뇌성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뇌록 산출지로 한반도 지각 진화 이해에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는 지질학적 가치와 조선시대 단청의 바탕칠에 사용되었던 전통안료 공급지로서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커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포항 뇌성산 현장에는 과거 이 지역에서 뇌록이 채취됐음을 말해주는 채굴 흔적(구덩이 및 굴)이 버럭(폐석더미)과 함께 직경 50m 내외의 범위에 크게 2개 지역으로 남아 있다. 1996년부터 지역 향토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 대한 문화재 지정 건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채굴 및 연구에 약 1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한동안 지자체는 물론 문화재청으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다. 숭례문 복원 사업이 이뤄지면서 단층을 칠하기 위한 뇌록을 찾던 중 포항 뇌성산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나, 우리나라 뇌록 정제기술의 맥이 끊어진 탓에 결국 일본에서 수입한 뇌록을 쓰게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조선시대 '인정전영건도감의궤'(仁政殿營建都監儀軌)와 '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 등 문헌에 따르면 타 지역의 것은 품질이 그리 좋지 않아 경복궁 등 국가 중요 건축물에는 모두 포항 뇌성산의 뇌록이 쓰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포항지역 향토사학자 황인(63)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값싼 화학안료에 밀려 전통의 맥이 끊기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오히려 일본에서 포항 뇌성산에 단체 학술연구를 오는 등 더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을 넘어 문화재로서 뇌록을 복원'발전시키고 학생들에게도 뇌록의 효용과 가치를 체험학습시킬 수 있도록 종합적인 기반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