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림보 사자들 "발에 로켓을 달아라"

PS진출팀 중 도루 최저…김상수 부상 기동력 '구멍', 류 감독 "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라이온즈가 'V 7'을 위해 장착해야 할 무기는 뭘까? 해답은 스피드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스피드는 승패를 좌우할 만큼 위력을 지닌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능력과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도루는 팽팽한 균형을 깨고 승부를 결정짓는 무기로 작용한다.

삼성은 올 시즌 '가을 야구' 진출 팀 중 기동력에서 가장 밀렸다. 정규시즌 도루 수에서 95개로 전체 8위에 머문 것. LG는 139개, 넥센은 131개, 두산은 172개로 삼성보다 30개 이상 많다.

더욱이 삼성은 김상수가 부상으로 KS에 나올 수 없는 등 기동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김상수는 정규시즌서 배영섭(23개)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 많은 14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KS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한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단기전에서는 작은 것 하나가 분위기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만큼 남은 훈련기간 동안 수비와 주루 훈련에 집중 하겠다"며 기동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대표적인 느림보 구단이었던 삼성은 2000년대 들어 세자릿수 팀 도루를 6차례(2006, 2007, 2009, 2010, 2011, 2012시즌)나 달성했다. 특히 2009년부터 스피드 야구에 시동을 걸면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다.

2009년 121개의 도루에 성공한 삼성은 2010년에는 역대 팀 최다인 158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정규시즌 성적을 2위로 끌어올렸다.

2년 연속 158개 도루에 성공한 2011년에는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사자의 토끼뜀은 지난해 128개로 줄었고, 올해는 아예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다행히 두 해 모두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기동력을 잃으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야 했다.

올 시즌 삼성은 그다지 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도루 시도 자체가 136회(성공 95회, 실패 41회'성공률 70%)에 그쳤다.

LG는 210회(성공 139'실패 71'성공률 66%), 넥센은 196회(성공 131'실패 65'성공률 67%), 두산은 233회(성공 172'실패 61'성공률 74%)를 시도했다.

이 같은 기동력 야구가 단기전에서 발휘하는 힘은 엄청나다. 발 빠른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내야 수비진을 흔드는 효과가 있다. 꼭 도루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이를 통해 상대 실책을 유도해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도루에 성공하면 아웃카운트 1개를 아끼며 득점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발야구의 위력은 이미 검증됐다.

2011년 류중일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호쾌한 공격 야구와 한 박자 빠른 야구를 팀 기치로 내걸었고 모든 선수에게 그린 라이트(벤치의 지시 없이 주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자의로 도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선수들은 틈만 나면 베이스를 훔쳤고, 이에 상대 마운드와 배터리 내야수비진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실제 삼성은 2011년 209회의 도루를 시도해 타 구단을 압도했다.

배영섭이 부상 공백에도 33개의 베이스를 훔쳤고, 김상수(29개)도 베이스를 휘저었다. 조동찬(18개)'이영욱(14개'현 상무)'신명철(13개) 등이 도루 숫자를 늘리며 류 감독에게 데뷔 첫해 우승의 감격을 안겼다.

지난해 173회(성공 125회 실패 48회)를 시도해 전체 5위로 처진 삼성은 올해는 발이 더욱 무거워져 다시 느림보 구단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삼성이 무뎌진 기동력을 살릴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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