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동구 신암동 주택가. 가로등 아래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어른 허리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10ℓ와 20ℓ, 50ℓ 등 종량제봉투부터 무단으로 버린 검은 봉지까지 다양했다. 손전등을 든 구청단속반 4명이 무단 투기한 봉지를 하나 둘 뜯어 내용물을 살폈다. 전기요금 명세서와 서류종이, 건강기능식품 종이포장, 서류봉투, 실타래 등 내용물의 80~90%는 재활용 분리수거함이나 음식물 수거함에 버려야 할 것이었다. 무단투기 봉지보다는 낫지만 종량제봉투 역시 1.5ℓ 오렌지주스 페트병, 약봉지, 플라스틱 요구르트 통 등 50~60%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였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쓰레기 분리배출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수성구 황금동 원룸 밀집지역에도 해가 저물자 골목길 한구석에 종량제봉투가 쌓였다. 안이 비치는 봉투에는 갖가지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입구가 느슨하게 묵인 5ℓ 종량제봉투를 열었다. 묶인 입구를 살짝 벌리니 붉은색 물이 흐르면서 섞은 음식물 냄새가 올라왔다. 종량제봉투 아래쪽에는 사용한 화장지와 나무젓가락, 구겨진 일회용 종이컵이 나왔다.
동구 신기동 한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 종량제 봉투 10여 개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아예 봉투에 담지 않고 버린 참치 캔과 계란껍데기, 칡즙 봉지가 수거함에 널려 있었다. 10ℓ 종량제봉투에 담긴 검은 봉지를 열자 포도 껍데기와 초파리가 나왔다. 이어 분리배출 마크가 버젓이 표시된 과자 봉지와 500㎖들이 플라스틱 생수병, 일회용 스티로폼 접시, 깨진 사기그릇, 음료수 캔 등이 나왔다.
허본 동구청 환경자원과 폐기물담당은 "특히 젊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대학가 주변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 원룸 밀집지역은 쓰레기 배출량도 많고 분리배출도 잘되지 않는 편"이라며 "쓰레기가 늘어나는 만큼 매립 비용도 증가하고 또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묻거나 태우게 되니 경제적인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환경자원시설 반입쓰레기에 대해 2012년 10월 30일부터 4일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물질이었다. 이 기간 전체 종량제봉투 반입쓰레기는 2천14㎏. 이 가운데 재활 가능한 것은 비닐 및 플라스틱류 27.0%(544.1㎏), 종이류 10.9%(220.4㎏), 유리 및 도자기류 8.3%(168.1㎏), 금속류 1.7%(33.4㎏) 등이었다. 이외에도 분리 배출해야 하는 음식쓰레기 8.9%(178.7㎏), 의류 및 신발류 6.8%(136.3㎏), 고무 및 가죽류 1%(19.8㎏) 등도 종량제봉투에 담겨 있었다.
환경부의 2011~2012년 제4차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량제봉투 안에 재활용 가능한 물질이 70%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 양은 1인당 하루 309.2g.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은 종이류가 41%(126.8g)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플라스틱류 24.3%(75.2g), 금속류 2.6%(8.1g), 유리류 2.5%(7.6g) 등이었다. 종량제봉투 속 재활용 가능 물질은 대부분 5년 전 조사 때보다 1~6%가량 늘었다. 2006~2007년 3차 조사결과를 보면 종이류는 35.1%(73.4g), 플라스틱류 21.4%(44.9g), 금속류 0.6%(1.2g), 유리류 1.6%(3.2g) 등이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종량제봉투 안에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버림으로써 종량제 도입 이후 줄었던 전체 생활쓰레기 양도 덩달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단독주택 지역에도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언제나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소규모 가구를 고려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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