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1일,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로 유명한 가수 유재하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990년 11월 1일, '사랑했어요'라는 노래 등 수많은 인기곡을 보유하고 있던 가수 김현식이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대중가요를 부르던 대중예술가들인 그들은 비록 세상을 등졌지만 그들이 부른 노래는 아직도 살아남아서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부른 노래가 대부분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들의 노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과 그들의 노래를 통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혹은 '예술가는 사라져도 그들이 남긴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과연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의 예술은 남아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결코 예술가 본인이 살아서는 확인할 수 없는 물음이지만 꼭 그렇게 되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은 예술가의 숙명이다. 그리고 그와 맞물려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예술가 자신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의 가치이다. 예술가가 나의 예술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예술가들조차 실제로는 어떤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에 내심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가가 바라는 좋은 평가는 자신보다는 자신의 예술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사람이 좋다'는 말보다는 '예술 작품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그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예술가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가가 만든 예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 중에서 가장 계량화가 잘 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 돈이다. 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이자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돈보다 쉽게 객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가치 기준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현대의 예술은 돈의 가치로 환산이 되는 문화산업적인 측면이 강하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죽어도 그의 작품은 죽지 않고 살아서 돈이 되기도 하니, 예술은 참 굉장한 산업이다. 문학'음악'미술 등의 예술 작품은 '저작권'을 통해 예술가의 유족에게 예술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해 주는 저작권료가 돌아가니, 때로는 예술가가 남긴 현금이나 부동산보다도 가치가 큰 유산이 되기도 한다. 또한 살아서 누리지 못했던 영광을 예술가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 작품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는 살아서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죽어서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고 갈망한다. 이것 또한 예술가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예술가도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다. 특히 전업 예술가에게 예술은 가족의 생계가 걸린 삶의 현장이며 예술 작품은 그가 생산해 낸 일종의 상품으로 자신의 생계와 다음 예술 작품을 생산하기 위한 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정신적 만족으로만 굶주린 배를 채울 수는 없다. 그래서 예술도 돈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지원 시스템이 등장했고, 정당한 계약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예술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예술가는 돈을 밝히면 안 된다, 예술을 돈으로 보면 안 된다' 등 사람들이 예술가들을 속박하는 다양한 말들이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됐다. 더 이상 기존의 틀에 박힌 이야기로 가난한 예술가를 더욱 굶주리게 하며, 눈칫밥을 먹게 해서는 곤란하다. 예술가들 또한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자신의 가치와 예술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먹고살아야 예술을 하고,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아야 더 가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야 그 예술 작품이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안희철 극작가 art-play@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