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민주당에 "삶의 현실 속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4일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주최한 꿈보따리 정책연구원 창립 심포지엄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에만 몰두하는 동안 국가를 운영하고 실제의 민생 문제를 다루는 것을 등한시하는 것은 선거 경쟁의 특성을 오해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한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이 견지해온 '정치 투쟁' 일변도의 노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민주당은 이런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엄청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새누리당의 반 토막도 안 되는 정당 지지율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 결과가 10'30 재보선의 참패다. 이를 포함해 최근 2년 사이 민주당은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민주당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로 허구한 날을 지새웠다. 그 목표는 정국 주도권 장악이었지만 뜻대로 안 됐다. 서울역 앞에 천막을 쳤지만 민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전국을 돌며 대선 불복의 군불을 때려 했지만 민심은 젖은 장작이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결과 민주당은 최 명예교수가 통탄한 대로 '약화될 대로 약화'됐다.
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와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민주주의는 꽃필 수 있다. 민주당은 그러한 소명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 정치 투쟁이나 이념 투쟁만으로는 건전하고 강력한 야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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