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업전쟁 비밀병기 신품종+가공식품 경북에서 만든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원예경영연구과 조직배양실에서 연구원들이 농가보급용 무균묘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원예경영연구과 조직배양실에서 연구원들이 농가보급용 무균묘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첨단 기술은 새 품종 개발과 기후 변화 대응, 가공식품을 통한 고부가가치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LED식물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작물 생육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첨단 기술은 새 품종 개발과 기후 변화 대응, 가공식품을 통한 고부가가치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LED식물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작물 생육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김승환(46
경북도농업기술원 김승환(46'왼쪽), 김윤경(43) 연구원이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모니터에 나타난 식물조직세포를 관찰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팀 연구원들이 진홍 사과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팀 연구원들이 진홍 사과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농업 현장은 전쟁터다. 국가 간 FTA 체결에 따른 농산물 시장의 개방 확대와 기후변화, 국제적 식량 수급 불균형 등 급변하는 여건 속에서 자국의 이익과 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았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않다. 1996년 '농업인의 날'이 생긴 이후부터 18년이 흘렀지만 농업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를 앞세운 수입 농산물이 밀려들고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재배 환경 변화와 돌발적인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 품종 도입과 가공'유통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신기술 도입은 이러한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묘책이다. 우량 종묘 육종과 재배 기술 개발, 농식품 가공'자원화를 맡고 있는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치열한 농업 전쟁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로 수입 농산물 파고 넘는다

세계는 소리없는 종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해충에 강하고 급변하는 기온에도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자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전자원의 확보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은 997종 1만1천291점이다. 원예작물이 5천863점으로 가장 많고, 특용작물과 미생물 등이 3천435점, 벼 등 식량작물 1천993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몽골, 베트남 등 해외 10여 개국과 농업기술교류를 통해 153종을 확보했다.

다양한 유전자원을 활용한 경북도농업기술원의 신품종 기술 개발 수준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경북도는 최근 3년간 19개 작목에서 59개 신품종을 육성했다. 화훼 신품종이 23종으로 가장 많고 참깨, 버섯 등 특용작물 12종, 딸기, 토마토 등 채소식물 9종 등을 개발했다. 신품종 보급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수'화훼류에서는 장미 29종과 국화 11종, 복숭아 4종, 감 3종 47개 품종을 통상실시권 이전을 통해 보급했다. 벼와 옥수수, 딸기, 참깨, 고추 등 종자 및 영양 번식 작물도 26개 품종을 보급했다. 특히 참깨는 1만6천670 농가에 보급해 재배 면적만 2천3㏊에 이른다.

특히 싼타 딸기는 스페인종묘회사인 유로세밀라스사와 계약을 맺고 중국과 일본 지역에 보급했다. 전체 판매액의 5%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과 산시성, 화베이성, 산둥성 등에서 재배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와 러시아, 몽골 등에서도 시험 재배에 들어갔다. 국화 신품종인 오렌지엔디는 지난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복숭아 품종은 조생 황도인 미황의 보급이 활발하다. 단단하고 당도와 산도의 비율이 좋다.

신품종 개발은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려면 최소 6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걸린다. 농업기술원은 오는 2021년까지 분야별로 27개 작물의 신품종을 육성할 계획이다. 고품질 기능성 식량과 재해와 병충해에 강한 채소, 부가가치가 높은 화훼 등을 개발한다. 한윤열 경북도농업기술원 작물육종과장은 "신품종 육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며 "10년 뒤의 해당 작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와 기후별 최적지, 농민 선호도 등을 모두 고려해 미래 기호도가 높은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첨단장비 활용

지난 5일 북구 경북도농업기술원 작물보호연구실. 김승한 박사가 주사전자현미경을 통해 버섯 파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1, 2mm에 불과한 버섯 파리의 털로 뒤덮은 몸체와 다리, 털구멍이 확연하게 보였다. 머리를 1만 배로 확대하자 수백여개의 홑눈과 주둥이, 더듬이가 모습이 관찰됐다. 버섯 파리는 버섯에 알을 낳고 부화한 구더기가 버섯의 균사를 먹고 자라 농가에 큰 피해를 준다. 이곳에는 식물체 내부를 볼 수 있는 투과주사현미경도 갖추고 있다. 의학 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 Computed Tomography)와 거의 유사하다. 60만 배 이상 확대할 수 있는 이 장비는 식물 내부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할 수 있다.

이 같은 첨단 장비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외래 병해충을 조기에 막는 도구가 된다. 병해충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지난해 상주에서 발생한 배나무 질병이 흑성병이 아닌 반점낙엽병이라는 사실을 조기에 간파해 방제에 성공했다. 또 미국 선녀 벌레가 차량을 타고 이동한다는 점에 착안, 경북 지역 휴게소를 조사한 결과 문경휴게소와 칠곡휴게소, 건천휴게소에서 발견하고 피해 확산을 막았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재배 환경 변화도 연구 대상이다. 특히 겨울 최저기온과 여름 최고기온 등 극기온의 변화가 재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의 경우 폭염이 이어지면서 거봉 포도와 자두 등도 착색이 되지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낮 최고 기온이 35℃ 이상 되는 날씨가 계속되면 생장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농업기술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과수안전재배지대를 설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을 대상으로 폭염이나 혹한에도 말라죽거나 얼어 죽지 않는 지역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내재해성이 강한 품종을 육성하고 용과, 애플 망고, 쓴 오이 등 대체과종도 적응 실험을 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기상재해예측관리시스템(gis.gba.go.kr)을 구축하고 필지 별로 토성과 무기성분 등을 분석한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와 협약을 맺고 폭우 및 폭설 예상 정보를 제공하고 농작물의 해충과 재배방법, 시비 및 수확 시기 등 농사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강우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

같은 날 찾은 경북도농업기술원 농산물가공센터에서는 진홍 사과로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사과의 껍질을 깎고 잘게 썰어 믹서기로 갈았다. 속살까지 붉은 진홍에는 안토시안이라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하지만 맛이 시큼하고 식감이 퍼석해 식용으로는 인기가 없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술이나 식초로 가공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이곳에서는 신기능성 농식품 개발과 소비트랜드를 반영한 가공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기식초 및 천연방부소재 개발과 잡곡을 이용한 고품질 막걸리, 유기농 포도를 활용한 포도 파이와 떡 등도 개발 중이다. 가공실에는 착즙기와 술 제조시설, 발효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가공식품은 기호성을 높이고 품질이 떨어진 농산물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전통 된장의 맛을 되살리는 연구도 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된장은 대부분 단일한 바실러스균만 활용해 맛이 비슷하지만 3, 4가지 이상의 바실러스균과 곰팡이를 통해 전통된장의 맛을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계피 추출물 추출 방법과 사포닌 제조방법, 양앵두 와인 등의 특허를 출원했고, 쌀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과 모과 탁주, 사과 추출물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등은 특허로 등록했다. 이곳 강동균 박사는 "기능성 성분을 추출해 식품산업의 소재화를 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새로운 상품을 찾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