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유해 화학물질이 거리가 떨어진 대구 주택가에서도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주거지역에 있는 측정지점의 대기 속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의 검출빈도가 70~80%나 됐다. 특히 주로 섬유제조업에서 배출하는 대구의 대표적인 화학물질인 'N,N-디메틸포름아미드'는 대학의 연구를 통해 산업단지에서 주택가로 번지는 사실이 확인됐다.
◆주택가 공기 속에 산업용 화학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과 N,N-디메틸포름아미드는 대구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 중에서 양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검출농도에서도 높은 순위에 들어가는 대표 물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전국에서 대기로 배출된 N,N-디메틸포름아미드의 양은 1천286t으로, 이 중 대구에서만 22.9%에 달하는 294t이나 배출됐다. 같은 해 트리클로로에틸렌은 전국 총 대기배출량 619t 중 6.3%인 39t이 대구에서 나왔다.
이 두 물질은 2011년 대구의 총 화학물질 대기배출량(62종류'1천893t) 중에서도 약 17.5%의 비중을 차지했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두 물질의 농도는 20가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중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달서구 갈산동 산업단지 지역에서 측정한 경우 N,N-디메틸포름아미드가 8.49ppb로 톨루엔(26.85ppb)에 이어 2번째였고, 그다음이 5.35ppb의 트리클로로에틸렌으로 4번째인 자일렌(1.39ppb)보다 3배 이상 농도가 높았다.
트리클로로에틸렌과 N,N-디메틸포름아미드는 주거지역에는 배출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산업단지가 주거지역에 비해 전반적으로 2~4배가량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일시적인 고농도 현상도 산업단지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특히 작업공정이 이뤄지는 낮시간 때, 대기가 안정돼 풍속이 감소하는 해진 후와 해뜨기 전에 고농도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작업공정이 이뤄지는 시간에 산업단지에서 고농도 현상을 보이고 난 뒤 주거지역에서도 잇따라 고농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바람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확산되기 때문이다. 대구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주로 서풍이 분다. 그래서 대구지역 서쪽에 위치한 산업단지의 대기오염물질이 동쪽의 주거지역까지 닿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줄여야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에서 배출되는 주요 오염물질을 파악하고, 이를 배출하는 업종과 업체를 선정해 오염방지 시설을 확충하는 데 집중 투자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환경부는 매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를 발표하는데, 여기에는 지역과 화학물질별, 업종 및 업체별로 통계자료가 포함돼 있다. 이를 활용해 대구에서 배출량이 많은 물질을 찾고, 이 물질이 어떤 업종과 업체에서 배출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목표업체를 선정, 정책적으로 융자와 보조금을 지원해 오염방지 시설을 갖추게 한다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존 측정망을 통해 확인된 화학물질 중 주로 공단에서 배출되는 물질은 배출원이 고정돼 있어서 저감대책 마련에 용이하다"며 "물질을 배출하는 업체의 위치를 파악해 집중적으로 시설지원을 한다면 획기적으로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지역 위주의 측정망에서 벗어나 산업단지에도 측정망을 설치하고, 측정 방법도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산업단지 지역의 농도를 관측하기 위해선 오전과 오후의 간헐적인 시료채취보다 고농도가 나타나는 야간시간대가 포함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산업단지의 영향을 받는 현재의 주거지역 측정망 역시 측정 시간과 방법을 다듬어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한 달에 한 번 측정하는데 비해 영국의 경우 2주간 연속으로 측정해 연간 평균치를 낸 뒤 환경 기준치와 비교하고, 일본도 24시간 이상 채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고 있다.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돼 사업자는 정화처리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대기로 배출하지 않도록 업종별로 마련된 시설관리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시설관리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정기점검 및 조사를 3년마다 벌일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수도권 주요 거점을 1시간 경제권으로 연결"
文, 뇌물죄 기소에 "터무니없고 황당…尹 탄핵에 대한 보복"
문형배, 尹 파면 후 "대통령·국회 갈등 해결 방도 없어"
안철수 "한덕수는 출마 포기, 김문수·한동훈은 결단해야"
26명 목숨 앗아간 경북 산불 피의자 2명 구속영장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