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동우(43)는 어느새 '슈퍼맨'이 됐다.
14일 그는 첫 정규 솔로 재즈 앨범 'LEE DONG WOO SMILE TURNING TO JAZZ'를 발표했다.
'틴틴파이브'로 활동하면서 춤과 노래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했지만 악보도 볼 줄 모르던 그가 솔로 재즈 앨범을 낸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재즈 앨범은 지난 10월 통영에서 열린 ITU 트라이애슬론 월드컵에 출전, 4시간21분34초의 기록으로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그의 두 번째 '슈퍼맨 프로젝트'였다.
평화방송(PBC)에서 '이동우 김다혜의 오늘이 축복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이미 지난 8월 제40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방송대상 라디오 진행자상을 받았다.
감미로운 재즈 가수로 변신한 이동우에게 재즈는 어떤 의미가 됐을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누군가로부터 재즈를 하라고 제안을 마흔이 넘어서 받았다는 것이 굉장히 다행스럽다. 만약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재즈를 시도했더라면 몇 달 안에 포기하거나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제 나름의 희로애락을 겪고 나니까 비단 재즈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재즈는 깊이 있고 우리 삶을 담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가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재즈 가수) 웅산 씨가 워낙 저와 재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어서 한 번 끌려가 보자. 그 끝이 어디가 됐든 간에 한 번 해보자 하며 덤벼들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가수로도 활동한 이동우였지만 "(재즈는)장난이 아니었다." 힘을 빼야 하는데 힘이 빠지지 않았다.
"힘을 빼야 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핏대를 내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연습할 때마다 긴장하니까 힘이 더 들어가고 얼마나 더 연습해야 될까 걱정만 들었다. 녹음을 하는 그 순간에도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의심했다..앨범이 나온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칭찬보다 더 좋은 채찍과 보약이 없었다. 웅산씨는 내가 실수를 하고 실수를 반복해도 '오빤 멋있어요. 지금보다 더 멋있게 할 수 있어요.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어요'라며 격려했다. 그것이 힘이 됐다.제가 10대나 20대에 재즈를 시작했다면 아마 굉장히 가볍고 만만하게 보고 곧바로 그만두거나 시작했더라도 기고만장해서 형편없었을 것이다. 마흔넘어서 재즈를 만난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웅산이 가르친 이동우의 재즈는 그러나 철저하게'이동우 스타일'이다. 앨범에 수록된 'Smile'과 'My love'를 들으면 편안하고 감미롭고 따뜻해진다.앨범에는 웅산이 작곡한 2곡을 비롯, 총 11곡이 수록돼 있다.
'시각장애인'인 이동우에게 '슈퍼맨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일까.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이미 ▷재즈앨범 발매와 ▷철인3종경기 완주로 두가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남은 프로젝트는 내년 봄에 올릴 연극이다.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이니까 처음부터 어떤 기획하에 치밀하게 이뤄진 것 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세가지 프로젝트가 각각 시작된 시기가 다르다. 재즈는 2012년 1월 어느날 게스트로 출연한 웅산이라는 재즈 보컬이 툭 던지듯이 '재즈 한 번 해보세요' 이동우씨는 재즈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데.. 저에게 확신이 있어요. 제 손을 잡지 않으실래요?'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철인 3종 경기는 지난 여름 제 매니저가 '형 철인 3종에 나가보지 않을래요'하는데 겁없이 덥석 물었다.
세가지의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까 저는 좋든 싫든 보여지는 사람이고 결국은 제가 가진 생각과 재능, 꿈을 나누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것이 도전이고 꿈이고 희망이고 용기라는 뜻에서 '슈퍼맨'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이동우에게 슈퍼맨은 무엇인가
"'슈퍼맨'은 저에게는 '움직이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늘 자연의 혜택과 신의 섭리,이런 것들이 따른다. 슈퍼맨은 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다. 슈퍼맨에게는 '내가 움직이면 다 성공하고 다 해결하는' 그런 기고만장함이 없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는 사람이다. 되든 안되든 출동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것을 두려워히지도 않는다. 저도 (슈퍼맨처럼)제가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고 그곳을 향해 꾸준히 걷고 움직이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 끝에 좋은 성과가 있느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는 저쪽 길 끝에 보이는 열매가 달아보이면 무조건 그 길을 향했고 다른 길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길을 걸으면 적어도 다섯 개의 열매 정도는 충분히 딸 수 있는 '안전제일주의' 같은 그런 길을 걸었다. 그것을 용기있는 남자다운 삶이라고 볼 수는 없다.이제는 조금 울퉁붚통해보여도 왠지 햇살이 더 잘 들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잇는 것 같으면 서슴없이 그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것은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자 제 삶에 대한 예의인데 그것이 용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일반인들도 완주가 힘들다는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했다. 그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도전이었다. 도전에서 성공하게 되면 성취감이 앞설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감사했다. '감사함'이 왜 그제서야 왔을까. 그제서라도 온게 다행이지만 스스로는 부끄러웠다. (장애를)극복했다기 보다는 '받아들였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 병을 언제 극복하게 될 지는 모른다. 다시 빛을 보게 될 그 날을 확신하지만 그 날이 오기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리느냐, 거기까지 내 발로 나아가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저를 움직이게 한 것이 '감사함'이었다.
저보다 훨씬 아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그렇게 많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제가 이렇게 되니까 비슷한 처지의 분들과 많이 마주치게 됐다. 얼마나 많이 놀랐는지 모른다. 내가 너무 사치를 떨었구나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그냥 이러고 있기에는 제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많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툴툴 털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재활교육을 받았다. 재활교육을 받으면서 예전에 갖지 못했던 감사함을 갖게 됐다. 그 때부터는 마음이 편해지고 무한경쟁과 조바심,불안 이런 것이 사라졌다. 아 세상을 이렇게 살수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때부터 감사한 일이 자꾸 생겼다."
이동우는 자신의 책 을 통해 "아픈 이들의 희망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의 희망을 부추겼다. 그리고 그렇게 무엇이 되고 싶은 순간 나는 우울증에서 놓여났다. 다시는 자살을 꿈꾸지 않게 되었다"며 "망막색소변성증과 첫 대면한 2004년 3월 이후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게 되자 자연스레 이전에는 단 한번도 경함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로 흘러들었다"고 고백한다.
-철인 3종경기를 완주했을 때 초등학생이 된 딸 '지우'가 가장 기뻐했을 것 같다.
"집에 돌아가서 완주메달을 지우에게 걸어줬는데 지우는 메달에는 관심이 없고 제 목에 매달려서 제 얼굴에 하염없이 뽀뽀를 하더라. 그 때 제 눈에서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중에 지우가 메달을 만지면서 아빠를 굉장히 자랑스러워 했는데...
사실 저도 잘 모르고 덤빈 철인 3종 경기인데 초등학교 1학년인 지우가 얼마나 알겠느냐. 딸이 걱정했던 것은 아빠가 바다에서 오랫동안 수영해야 되고 지우 자전거도 타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힘든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까지 해야 하는데, 혹시 바다에 상어라도 나타나면 어떡하나 그런 것을 걱정하다가 제가 살아온 것만 으로도 이 아이는 너무 행복했던 거죠. 그런데 성공했다고 하니까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지우가 다니는 학교에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가끔 그 친구 소식을 묻곤하는데 벌써부터 친구들이 그 친구를 놀리나 본다. 그런데 지우가 "야 친구는 한 쪽 눈이 보이잖아.우리 아빠는 두 눈이 다 안보여. 그런데 개그맨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운동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하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는 거야 그 소리를 들으니까 지우가 아빠에 대해 자신감이 있구나 아빠의 장애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라디오진행자상을 받았다. 라디오는 이동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는 상상할 때 착해진다.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들이 갑자기 라디오에서 나오면 그 때 첫사랑을 떠올린다. 그런 순간 우리는 굉장히 착해진다. 우리를 진정시키고 정서적으로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라디오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말 라디오는 손을 놓지 못할 것 같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라디오가 갖고 있는 인간적인 따뜻함이라는 것이 없어지지 않는한 라디오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20여년 방송활동하면서 라디오는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 그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오 진짜 아무 것도 아니었다. 변두리 방송의 5분,10분짜리 꼭지라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라디오 진행자상을 받은 것은 훗날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상이다.
사실 라디오를 듣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된다. 누구나 소리에 의존해서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다보면 착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TV를 볼 때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그냥 웃고 말거나 부러워하거나 질투까지 한다. '저 배우는 너무 예뻐, 명품까지 갖고 나왔네....'
시각장애인인 저는 일상이 라디오세상이다. 일상의 딸그락 소리 하나 하나가 라디오다. 이제 저는 제 앞의 진행자나 게스트의 손을 만져보면 건강한 분인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인지 느낄 수 있다. 제 자신이 무서워진다(웃음)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새로운 도전이 즐거운 이동우 씨는…
이동우는 1993년 SBS 공채 2기 개그맨으로 데뷔해 홍록기 표인봉 등과 함께 '틴틴파이브'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결혼한 직후인 2004년 3월 '망막색소변성증'진단을 받고 이후 급속하게 시력을 잃었고 결국 2010년 실명판정을 받았다. 그의 아내도 뇌종양을 앓으면서 힘든 시절을 보낸 그는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이 병에 걸렸을 때 결혼한 지 100일도 안된 상황이었다. 아내는 날 떠났어야 했고 떠나겠다는 아내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아내를 통해 사랑을 배웠고 가르침을 배웠다. ..나는 무슨 복을 타고 나서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딸 지우를 생각하면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진다. 내가 바로 서야 아이가 바로 설 것 같거든. 내 삶의 변화는 '내가 시각장애인이다'라고 외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깊어지는 중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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