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0년대 떡볶이 코트·청재킷…패션·디자인 복고 열풍

'응답하라…' 등 영상콘텐츠에도 바람…70년대 브라운관 본뜬 TV 등

복고 열풍이 거세다. 패션과 디자인에도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 영상 콘텐츠에도 복고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1990년 전후로 개봉했던 영화들이 감독판으로 재개봉되거나 속편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매출 일등공신된 복고 디자인=지난 19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의류매장에 따르면 이 매장에서 팔고 있는 더플코트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 '떡볶이 코트'라 불리며 청소년들의 패션아이템이었던 더플코트가 다시 10, 20대 사이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장 관계자는 "복고풍이 유행을 탄 것도 있지만 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 코트를 입고 나오면서 이 코트를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마찬가지. 한 인터넷 쇼핑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최근 한 달 새 복고풍 아이템의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아이템별로 최대 200%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복고 아이템으로 불리는 청재킷과 데님 점퍼의 경우 여성용은 전년대비 249%, 남성용은 85% 이상 판매됐다. 복고풍 캔버스화도 남녀용 모두 전년 대비 132% 더 팔렸다.

복고풍 바람은 가전제품에서도 나타난다. 중구의 한 백화점 가전제품 매장에는 1970년대 브라운관 TV 디자인을 본뜬 LCD TV가 등장했다. 고객들은 TV화면 옆 로터리 스위치까지 재현한 이 TV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정희(35'여'동구 율하동) 씨는 "로터리 스위치를 돌릴 때 '드르륵' 소리까지 나면 완벽한 복고풍 TV가 됐을 것 같다"며 "어릴 적 집에 있던 TV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부 디지털카메라 브랜드는 자신들의 초기 필름카메라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들고 온 카메라를 출시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년 전 배경 삼는 매체들=영상 콘텐츠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한 케이블방송의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4'는 16일 전국 시청률 8.8%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케이블방송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방영된 '응답하라 1997'에 이어 복고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초반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연세대 농구부, 삐삐 등이 당시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보낸 30, 40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1980~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도 다시 영화관에 걸리기 시작했다. 롯데시네마 대구관과 성서관은 18일부터 27일까지 '라붐'(1980), '레옹'(1994),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등 1980~2000년대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8편을 디지털 화질로 재상영한다.

'터미네이터 2'(1991) 또한 감독판으로 재상영을 시작했다. 게임업체인 넥슨은 음악 게임인 '리듬엔조이'를 출시하면서 수록 음악 대부분을 듀스, 젝스키스 등 1990년대 인기 댄스곡으로 채워 30대 이상의 이용객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복고 열풍이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고풍이 가지고 있는 양면적 특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같은 복고풍 아이템이라도 10, 20대는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라고 느끼는 반면 30대 이상은 '어렸을 적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팀장은 "복고 콘텐츠를 통해 부모 세대와 젊은 세대가 공통으로 즐기며 공감하는 것이 생겼다"며 "이런 것들이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게 된 것이 지금의 복고 열풍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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