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소통이 금이다

어느 회사원이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에 앞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네가 웬 일이냐, 어디 아프냐?"고 하시더란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둘째 날에도 전화를 드렸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래, 나는 잘 있다. 그런데 너 회사에서 잘렸느냐?"라고 물으시더란다. 그간의 불통을 크게 반성하며 셋째 날에 또 전화를 드렸다. "너 암 걸렸지?" 아버지는 낙심한 음성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셨다고 한다.

대화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소통은 일방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요, 하루 이틀에 원활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 원만한 대화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데도 사람들은 입 밖에 나오면 다 말이 되는 줄 안다. 어림없는 일이다. 정색을 하고 대화를 해도 의사전달은 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구 튀어나온 말은 화살이 되어 상대의 마음에 상처가 되거나 의욕을 꺾어버린다. 작심하고 내뱉는 비난, 비판, 불평의 말은 폭탄이 되어 관계를 파탄시키고 만다. 부득이 남의 허물을 드러내고자 할 경우에도 그에게 이로움이 되도록 인자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하라는 석가모니의 말씀이 크게 울린다.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것으로 느낀다. 누구라도 무시당하면 분노하기 마련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회사를 보고 입사했다가 상사 때문에 사표를 던진다고 한다.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급여가 높고 복지가 좋은 회사라도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그들만 나무랄 일이 아닐 것 같다.

문제아는 문제가정에서 나온다. 오늘날에는 대화가 없는 가정이 문제가정이라고 한다. 부부간에 대화가 없으면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소통이 어려울 확률이 높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친구에게로 달려간다. 청소년기에는 선악의 분별력이 낮아서, 아무리 나쁜 친구라도 자기를 인정해주기만 하면 가출도 불사한다. 문제아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열 배의 정성을 들이고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도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다.

마스시타 전기를 창업한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지만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었다. 그의 성공 핵심비결은 경청이었다고 한다. 남의 말을 귀담아들었더니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줬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 후배 사업가들에게 귀띔해 주었다.

머리(IQ)로 입사하고 관계능력(EQ)으로 승진하는 시대라더니,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빠보다 엄마가 더 가까운 것도 여성의 뛰어난 경청 능력 때문이다. 침묵이 금이라는 시대는 갔다. 소통이 금이다.

이규혁 대구카네기연구소 원장 293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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