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놀고 먹는' 지자체 위원회…작년 42억 '펑펑'

지역 지자체 위원회 305개, 181곳이 1년간 회의 '0회'

'유통분쟁조정위원회, 기부심사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공유토지분할위원회,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환경위원회'.

지난 4년간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은 대구 수성구 산하 위원회다. 이렇듯 대구경북 산하에 '유령 위원회'가 너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대구경북 자치단체에 설치된 위원회는 모두 305개로 일주일에 1개꼴로 새로 생겨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개점휴업 상태인 위원회에 예산이 들어가고 위원장과 위원들이 자치단체장의 보은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서병)이 안전행정부로부터 받은 '자치단체 위원회 현황 및 정비'에 따르면 대구는 시장 직속 위원회가 112개, 8개 기초자치단체장 산하에 608개의 위원회가 있다. 이는 2010년 579개에서 141개 는 것이다. 경북에는 지사 산하에 116개, 기초자치단체 산하 1천631개의 위원회가 있는데 2년 전보다 164개 늘었다.

이명박정부는 자치단체 위원회의 묻지마식 증가를 막기 위해 2009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자치단체 위원회 통'폐합을 이뤘고, 전국 1만8천19개이던 것을 1만6천873개로 정비했다. 이때 대구는 625개이던 것을 579개로 줄였고, 경북은 1천630개이던 것을 1천583개로 조정했다. 그런데 정비를 마치자마자 위원회 수가 일주일에 1개꼴로 늘어난 것이다.

조 의원은 "대구경북 지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위원회를 설립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운영 예산으로 42억원을 사용했다"며 "그런데 살펴보니 지난해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가 수두룩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720개 위원회가 지난해 연 회의 횟수는 2천527회. 연평균 3.5회꼴이었지만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만 181개에 달했다. 위원회 4개 중 1개는 잠자는 것이다.

경북도 1천747개 위원회가 연 회의 횟수는 4천191회로 연평균 2.3회 회의를 열었지만 524개 위원회는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3개 중 1개꼴이다.

대구에서는 8천999명이, 경북에선 2만2천239명이 자치단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명무실 위원회도 판치고 있다. 위원회의 의결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의결위원회는 적고, 대부분 자문위원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구에는 517개가, 경북에선 1천280개 위원회가 자문위원회다.

조 의원은 "자문위는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무실 위원회이자 자치단체장이 보은 인사의 경력 관리, 명함 관리를 해주는 조직으로 쓸 수도 있다"며 "문제는 이들 위원회가 로비의 창구로 악용된다는 것인데 정부는 조속히 지자체에 설치된 위원회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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