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연구기관들을 직업체험의 장으로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고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며 그 방안 가운데 하나로 창직(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것)이 떠오르고 있다. 창직이 활성화되려면 한 가지 선결 조건이 붙는다. 어릴 때부터 사회에 어떤 직업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많이 알아야 한다. 창직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그만큼 기존 직업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직업 체험'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대구는 더더욱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적인 교육도시임을 자부하면서도 정작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않다.

직업 체험에 대한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의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 있는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2010년 2월 개관 이래 누적 방문객 수 3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을 만큼 인기다. 대구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많은 어린이가 키자니아를 찾기 위해 KTX를 탄다고 한다.

그렇다고 지역에 이런 시설을 굳이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지역 곳곳에 많이 산재해 있는 연구기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지역에는 대구테크노파크, 대구기계부품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자체 건물만 소유하고 있는 기관이 어림잡아 20여 군데에 이른다. 이들 기관의 유휴 공간을 적절히 리모델링해 어린이나 청소년의 직업 체험 공간으로 십분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교육청의 일부 예산으로 인건비 정도만 보조받고 세팅비로 1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교육청도 창의적 체험활동의 아이템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손쉽게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기계부품연구원에 기계와 관련한 다양한 엔지니어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거나 대구경북첨단복합단지 내 정부연구시설에 바이오나 의학과 관련한 직업 체험 코너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연구기관이 기관과 관련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면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연구기관들이 중앙정부 예산을 많이 지원받아 여러 가지 기업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산출 대비 수익을 따지는 정량 개념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공공기관의 공공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제는 시민에게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시민에게 얼마나 이바지하고 노력했는가도 중요한 것이다. 이런 체험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이용하게끔 하면 공공시설물이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되고 연구기관 이미지도 덩달아 높일 수 있다.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도 연구기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각각의 시설을 코스화해서 관광자원화하면 장기적으로 수익화 모델로도 발전 가능하다.

이런 직업 체험 공간 운영을 위해서는 총괄 기관이 필요하다. 총괄 기관에서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자세히 연구해 아이템을 개발하고 6개월~1년 업데이트시켜 주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기관 직원들이 교대로 강사나 도우미로 나서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직업 체험은 시대적 화두다. 이에 대한 대구시와 각 연구기관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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