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명품보다 더 '값 비싼' 사랑의 편지

요즘 부부들 사이에서는 자신들만의 부부관계가 생겨나게 된 '추억의 그날' 을 기억하며 이를 성대하게 치러주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많은 아내들은 이런 기념일을 챙겨주는 남편의 준비과정이나 선물의 정도에 따라 남편의 사랑을 저울질 한다. 그런데 정작 이 화려한 기념일을 위한 축하 준비는 대부분 남편의 몫이다. 필자가 만나는 부부집단상담의 남편들 얘기를 들어보면 결혼기념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푸념은 끝도 없다.

"아내는 각종 기념일에 화려하고 값 비싼 선물을 해야 저의 사랑을 확인하니 답답합니다." 이 말에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맞받아친다.

"그럼 평소에도 사람을 보는 둥 마는 둥하며 사는데 기념일조차도 챙겨 받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앞으로 남은 수 십년 동안 당신을 믿고 살아야 해요?"

부부집단상담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굳이 필자가 코칭을 하지 않아도 부부집단에 참여한 집단성원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대화에서 모든 답이 제시되고 거기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원한 현실적인 답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아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아내들은 기념일에 남편들에게 물질중심인 '선물'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삶에 바쁜 남편이 아내에게 마음을 덜 써 주고 따뜻한 관심을 주지 못한 결과,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할 길이 없어 불안한 나머지 '심리적 보증수표'에 해당되는 선물이라도 받아서 남편의 사랑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기념일에 남편에게 어린아이같이 값비싼 선물을 조르는 아내 마음에는 '과연 아직도 남편이 나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귀한 존재로 여기고 있을까?'라는 불안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아내만을 위한 남편의 자상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내일수록 기념일에 남편으로부터 받는 선물에 대한 집착이 크다.

그 선물이란 게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쉽게 복구할 수 있는 것으로써 이른바 '현금카드와 명품 가방'으로 대치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아내는 남편의 주머니를 죄다 털어 빈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라도 남편의 사랑을 재확인 받아 다시 의미있고 자존감 높은 아내의 자리를 스스로 지키려고 하는 아내의 기특함이 있다는 것을 남편들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기념일에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라. 명품가방보다 더 비싼 남편의 사랑의 편지를 말이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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