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여야 협상 앞서 당론부터 분명히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 합의 사항에 대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거부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원내 지도부의 합의 사항을 대표가 뒤집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원내 지도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로도 비칠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원내 지도부에 협상을 맡길 필요가 없다. 협상에서 견지해야 할 세세한 지침을 하달해 그대로 따르게 하거나 모든 협상에 대표가 나서야 한다.

국정원 개혁안을 놓고 여야는 29일 오전 한때 합의 직전까지 갔다. '국정원 IO(정보관)의 불법적 정보 활동은 안 된다'는 포괄적 내용을 법 개정안에 넣고 구체적 금지 행위 내용은 국정원 내규에 명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김한길 대표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IO의 정부 기관 상시 출입 금지는 지난 9일 국회 3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라며 "특위가 의견 접근한 개혁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덕분에 국정원개혁특위 민주당 간사 문병호 의원은 '핫바지'가 됐다. 김 대표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민주당 간사로서 문 의원의 '대표성'이 부정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주당은 여당에 '따내야 할 것'에 대해 당 대표와 원내 지도부가 '합의'를 하고 협상에 임하는지, 그리고 여야 협상에서 원내 지도부가 취할 수 있는 신축성의 범위는 얼마나 되는지이다. 무엇이 됐든 김 대표의 '거부'는 이들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한다.

물론 잠정 합의이기 때문에 당 대표가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당 대표가 딴죽을 걸고넘어지면 여야 간 협의는 계속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간과 에너지 낭비다. 민주당은 잠정 합의를 하기 전에 확고한 당론부터 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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