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호텔인터불고 총지배인 리까르도 가르시아 씨

"친구 좋아하는 한국 사람, 스페인과 많이 닮았어요"

호텔인터불고 외국인 총지배인 리까르도 가르시아(61) 씨의 한국 사랑은 깊다. 그는
호텔인터불고 외국인 총지배인 리까르도 가르시아(61) 씨의 한국 사랑은 깊다. 그는 "스페인을 빼고 평생 살 나라를 고르라면 한국을 택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요즘 스페인은 한국에서 뜨는 나라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출연진들이 스페인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스페인의 인기는 더 높아졌고, 바르셀로나행 직항까지 생겼을 정도다. 대구에 스페인 신사 한 명이 살고 있다. 그는 호텔이 집이다. 그곳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대부분의 삶이 호텔 안에서 이뤄진다. 이 신사는 호텔인터불고(이하 인터불고) 외국인 총지배인 리까르도 가르시아(61) 씨.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스페인어와 문화를 가르칠 만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려면 일단 호텔로 가야 했다. 이달 9일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그를 만났다.

◆대구와 엮인 스페인 남자

"꼬모 에스따스?"(잘 지내요?)

가르시아 씨가 기자를 보자마자 양 볼을 비비며 인사했다. 스페인식 인사다. 훤칠한 키와 웃는 얼굴, 외형적 조건만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외국인에게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한국식으로 나이를 물었다. "스물한 살이요. 하하." 재치있는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농담이다.

올해 5월이 되면 그가 대구에 온 지 만 2년이 된다. 우리나라 수많은 도시 중에서 어떻게 대구로 오게 됐을까. 인연은 스페인에서 엮였다. 가르시아 씨가 스페인 북부지방인 갈리시아 비고의 대형 골프장에서 총지배인으로 일할 때였다. 그때 인터불고그룹 권영호 회장의 아들인 권철민 이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인터불고 총지배인 제안을 받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흔쾌히 받아들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유럽과 미국,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살아봤지만 아시아 쪽은 여행 한 번 못해봤어요. 인터불고는 한국 회사지만 스페인과 관계가 두텁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독일인 볼프강이 총지배인으로 있었는데 그분도 스페인에 살았던 분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인터불고는 스페인과 인연이 깊다. 특1급호텔인 이곳은 스페인에 모기업을 둔 ㈜인터불고 그룹의 계열사로 전국에 하나뿐인 스페인 문화원도 호텔 안에 있다.

호텔을 빼고 그의 인생을 논할 수 없다. 가르시아 씨는 스페인 호텔을 중심으로 37년간 호텔에서만 내공을 갈고닦은 진정한 '호텔리어'다. 대구에 오기 전에도 마드리드와 세비야, 바르셀로나처럼 스페인 대표 도시의 내로라하는 호텔에서 총지배인으로 근무했다. 엠페라트리스(Emperatriz)와 비자 마그나(Villa Magna), 산토 마우로(Santo Mauro) 등 그가 몸담았던 호텔들은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특급 호텔이다. 그는 기초를 현장에서 쌓았다. 가장 먼저 안내데스크에서 일을 시작했고, 호텔 마케팅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1988년 지배인이 됐다.

◆세계인이 모이는 곳, 호텔

가르시아 씨는 "호텔은 하나의 세계"라고 표현했다. "호텔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입니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 만남 모든 것이 호텔이라는 공간 안에 있어요."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경제학도가 호텔에 관심을 둔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스페인 관광청에서 근무했던 아버지 덕분에 호텔에 관심을 뒀고, 비자 마그나 호텔에서 첫 실습을 하며 "나와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르시아 씨는 "영국과 프랑스에 있을 때는 언어를 배우면서 그 나라 호텔에서 일했다. 이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불고는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답게 세계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아온다. 가르시아 씨는 프레지덴셜 룸으로 인도했다. 벽에는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과 권 회장 일행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호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때 예쁜 한국 여가수가 왔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던 가르시아 씨에게 이준영 객실팀장이 귀띔했다. "세계에너지총회 때 러시아 부총리가 왔었잖아요."

지난해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때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가 호텔에 오기로 돼 있었다. 새벽에 전용기를 타고 대구로 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가르시아 씨를 비롯해 전 직원이 바짝 긴장하고 새벽 4시부터 대기했다. 하지만 예상 시간보다 3시간 늦게 도착한 부총리는 호텔에서 한 시간만 머무르고 다시 떠났다. 이 팀장은 "객실에 샤워용품부터 향수, 와인까지 최고급으로 넣어 세팅비만 1천만원 가까이 들었다. 당시 직원 모두가 허탈해했지만 지금은 에피소드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과 스페인, "닮은꼴 많아요"

스페인에 관한 정보는 많다. 그곳을 찾는 관광객의 수만큼 정보도 널려 있다. 스페인 관광위원회 엑셀투르 (Exceltur)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에 6천50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 중국을 앞질렀으며,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관광 대국이 됐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해외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그래서 휴가나 연말에 마드리드에 가면 정확한 한국 정보를 전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가 됐다.

"스페인 사람들이 한국을 알긴 해도 북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중국 또는 동남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경제도 스페인보다 많이 뒤처졌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은데 GDP도 두 국가 비슷합니다."(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3천837달러, 스페인은 2만9천408달러를 기록했다)

그는 "스페인과 가장 비슷한 아시아 국가가 한국"이라면서 그 근거로 지리적 조건과 역사를 들었다. "한국과 스페인 모두 반도예요. 지리적으로 아시아 대륙으로 가려면 한국을 통과해야 하고, 스페인은 아랍과 유럽의 문입니다. 한국이 몽골과 일본, 중국의 공격을 받았듯이 우리는 아랍의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전쟁과 침략의 역사'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마음을 잘 열고, 친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스페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르시아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I love Korea'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봄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됐을 때 스페인 대사관은 자국 국민에게 "스페인에 가고 싶으면 떠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연락했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상황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계속 한국에 있고 싶었습니다. 대구에서 많은 분이 저를 도와주셨는데 조금 위험하다고 떠날 수 없잖아요?"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거냐고 묻자 "권 회장님이 스페인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때까지"라며 웃던 그의 한국 사랑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을 사랑하는 그가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축구다.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라 '아틀래티코 마드리드' 팬"이라며 강조하는 가르시아 씨.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도 아주 잘 할거라고 믿어요. 그래도 우승은 스페인이 해야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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