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가 원룸촌 '웃돈' 임대 경쟁

세입자 못구해 빈방 수두룩…중개업소에 추가 수수료 줘

포화 상태에 이른 대학가 원룸촌의 임대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원룸 임대업자들은 빈방을 채우려 부동산중개업소에 웃돈을 주며 호객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계속된 원룸 신축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속병을 앓고 있다. 임대업자들은 "부동산중개업소의 횡포와 임대업자 간 출혈 경쟁이 빚어지고 있는데도 구청은 (중개업소) 단속에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신축 허가 제한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대구 북구 복현동 경북대 인근의 한 다가구주택 임대업자 최모(51) 씨는 한동안 세입자를 찾아다니느라 발품을 팔아봤지만 빈방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최 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려 하니 임대업자가 거래 양측의 수수료를 모두 내야 한다고 하는데다, 웃돈까지 요구해 직접 세입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으면 돈을 떼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어 선뜻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중개 수수료를 16만원씩 내야 하나, 중개업소들이 임대인에게 30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우선순위를 배정받으려면 웃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임대업자 김모(61) 씨는 "중개업소로부터 터무니없이 많은 수수료를 요구받았는데, 그 이유가 임차인에게 줄 이사비용과 한 달치 방값이었다"고 했다.

한 임대업자의 말은 이렇다. 방 15개가 딸린 6억원짜리 다가구주택의 경우 절반인 3억원을 대출받아 샀을 때 월세 33만원짜리 방이 모두 찼다고 가정하면 임대업자가 손에 쥐는 돈은 500만원가량. 대출 이자 100만원을 떼고, 전기'수도'인터넷 사용료, 청소비 등 관리비 150여만원을 빼면 수입은 250만원. 여기에 중개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버는 게 얼마 안 되는데, 방을 모두 채우기 어렵고, 중개업소에 웃돈을 얹어주거나 할인까지 해주면 손에 들어오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영진전문대 앞의 한 원룸 임대업자는 "근처 원룸이 대부분 빈방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이 일대 원룸 신축 허가를 받은 곳이 10곳에 이른다"며 "이러다간 앞으로 1, 2년 뒤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임대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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