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감꽃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준태(1948~ )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시집 『참깨를 털며』, 창비, 1977.

무엇을 센다는 것을 모티프로 한 시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셈이 필요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를 세지 않으면 안 된다. 적은 수보다는 많은 수를 좋아한다. 학생 때는 높은 점수를 받기를 원하고, 자라면서 키의 눈금이 높은 수이기를 바란다. 어른이 되면 통장에 수의 크기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산다는 것은 수를 세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4행으로 된 이 짧은 시는 센다는 것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적지 않은 울림이 있다. 감꽃을 센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감꽃은 아무리 많이 주워도 돈이 될 수 없다. 감꽃을 센다는 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이다. 아무리 욕심 부려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청년이 되어 군에 가면 적을 죽여야 하고 죽은 병사의 머리 수가 많아야 훌륭한 군인이 된다. 많이 죽일수록 애국자가 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성인이 되어 갈수록 순수를 잃어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3행의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는 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우리들의 초상이다. 사실 물질은 살기에 부족함이 없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는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부른다. 연봉 몇 억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그러고도 더 많이 모으려 한다. 세월호의 비극 뒤에는 이런 숫자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배려 없이 돈만 세려는 자본의 논리가 이런 비극을 불렀으리라.

시인 kweon51@chol.com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29일 MBC의 보도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억원 수수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권이 소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2026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정부 정책은 저출생 대응을 위해 만 4세 유아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하고, 자녀 수에 따라 세제 혜택을 강화하며,...
대법원이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찬양 편지 전달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으나, 일부 횡령 및 남북교...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