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물로 던질 것인가, 보물로 건질 것인가

환경 지키고 돈도 되고 예술도 되는 '업사이클링'

지난해 열린 제5회 컬러풀대구 도시디자인 공모전에 업사이클링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혜미, 윤혜란(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씨의
지난해 열린 제5회 컬러풀대구 도시디자인 공모전에 업사이클링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혜미, 윤혜란(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씨의 'The Time Capsule Tree'. 대구시청 도시디자인총괄본부 제공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이달 2~11일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했다. 입지 않는 유니클로 옷을 이벤트 진행 매장에 가져오면 컵홀더와 함께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카노 커피 교환권을 증정하는 행사였다. 주목할 것은 컵홀더인데, 이는 사회적 기업 '두손 컴퍼니'가 이달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이해 유니클로의 바지를 수선한 후 남는 바짓단으로 만든 것이다. 컵홀더를 받은 한 고객은 "청바지 밑단으로 만든 걸 받았는데 정말 귀엽다"며 "종이로 만든 홀더보다 더 편하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컵홀더는 버려지는 자투리 천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다.

'업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다.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의식과 결부돼 관심을 끌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먼저 반응

코오롱FnC의 브랜드 '래코드(RE; CODE)'는 3년 이상 팔리지 않아 소각될 처지에 놓인 옷들을 분해, 독립디자이너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옷들을 판매하고 있다. 2012년에 처음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소개된 이 브랜드는 텐트와 코트를 해체해 윈드브레이커를 만든다거나 코트를 해체한 겉감으로 가방을 만드는 등 기존의 옷이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만나 새롭게 거듭난 옷을 만나볼 수 있다. 래코드의 옷은 신진 브랜드 및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패션쇼 중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무대로 평가받는 베를린의 '캡슐쇼'에 한국 브랜드로서는 유일하게 참가, '업사이클링과 하이패션의 새로운 조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할 만한 브랜드 10'에 뽑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회적기업인 '리블랭크'는 자투리 가죽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지갑, 가방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으며 '어스맨'에서는 베트남전쟁 중 라오스에 떨어진 폭탄의 잔해로 만든 '피스밤 팔찌 세트'를 판매해 업사이클링을 통한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건축에서도 업사이클링 바람

지난해 대구시청 디자인총괄본부에서 주최한 제5회 컬러풀대구 도시디자인 공모전에 업사이클링 부문이 신설됐다. 이월드와 연계해 진행된 이 부문의 주제는 '83타워 뒤의 낡은 굴뚝 활용 방안'이었다. 이월드 관계자는 "83타워 리모델링 과정에서 철거하려고 했던 굴뚝을 변형해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 같은 공모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공모전에는 약 30개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굴뚝에 상징성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놀이기구로 만드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월드 측은 "작품들이 굉장히 참신한 것들이 많았다"며 "아직 굴뚝의 처리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으나 공모된 의견을 잘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이미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건축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9년 건축가 원희연 씨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지은 카페 '비늘'은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3층으로 된 이 건물의 외벽은 드럼통을 자르고 펴 붙여 말 그대로 비늘이 붙은 것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또 내부도 버려진 비닐하우스 쫄대나 탄약박스와 같은 재활용품을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 아늑하면서도 고졸한 멋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업사이클링

환경보호와 버려진 물건에 대한 가치창출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나바다 민들레가게'를 통해 업사이클링 상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대구 YWCA의 한 관계자는 "업사이클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안 쓰는 물건을 수거하는 비용부터 디자인, 공임까지 이런저런 비용이 들어가면 결국 채산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업사이클링 제품들의 가격은 그리 저렴하지 않다. 래코드의 경우 온라인에서 파는 가방류의 가격 대부분이 20만원대 제품들이다. 리블랭크 제품의 가격대는 카드케이스가 2만원대, 가방은 2만~13만원까지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소비자들은 선뜻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헌 것을 이용한 제품인데 가격대가 기성품과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구 YWCA의 관계자는 "헌 것으로 만들었어도 새것보다 더 실용적이며 환경도 보호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힌다면 업사이클링이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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