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국가 개조의 조건들

요즘 우리 사회에 '국가 개조'란 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리워진 회색빛 짙은 안개 속에 묻힌 우리 사회를 밝은 사회'안전한 사회'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 개조란 말은 참으로 무섭고 두려운 단어입니다. 국가 개조란 어떤 일부분을 고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국가 운영체계의 근간인 법률'정부 조직'사회적 시스템'기존 사고와 철학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 근거해 국가의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오던 구조와 조직 그리고 체계를 완전히 뒤엎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입니다.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개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기득권의 포기와 새로운 시각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개조란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것을 바꾸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의 제도에서 혜택을 보던 기득권입니다. 개조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아야 합니다. 기득권을 누리며 편하게 살아오던 것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몰락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생의 길을 찾으려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사심 없이 자신들이 누리던 모든 특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기득권을 내려놓은 자리에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이 개조입니다. 새로운 것을 세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각은 이기주의적이고 편파적인 사고가 아니라 올곧은 가치관에 근거해야 합니다. 올곧은 가치관이란 어떤 거창하고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진리입니다. 바로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법과 제도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 사회의 모든 법과 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데 봉사해야지 인간이 법과 제도로 인해 희생돼서는 안 됩니다.

세상 개조를 위해 온몸으로 희생하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개조, 즉 인류 구원을 위해 먼저 당신 자신의 특권, 즉 하느님이신 것조차 버리시고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 5-6) 예수님은 참으로 당신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시고 비천한 인간이 되시어 세상 개조를 위해 당신을 내어 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진정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말씀과 행동 그리고 기적을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기득권을 누리던 당시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 그리고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뚤어진 신앙에 맞섰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자들은 예수님의 세상 개조에 저항했을 뿐 아니라 십자가 상의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비뚤어진 신앙에 근거한 기득권자의 저항은 이렇듯 무서운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아버지는 예수님을 부활'승천시킴으로써 그분의 올곧음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실패로만 끝날 것 같던 예수님의 세상 개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그분의 부활과 승천으로 세상 개조의 임무는 이제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의 몫이 됐습니다.

6'4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등장한 지도자들이 개혁'변화'개조란 말을 스스럼없이 부르짖고 있습니다. 세상 개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먼저 자신들이 가진 올곧은 가치관을 드러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는 각자가 지닌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야만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위해 모든 국민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와 올곧은 가치를 찾으려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김명현 대구가톨릭대학교 국제다문화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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