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금연 광고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시기와 경로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문헌에 나타난 단편적 기록을 보면 임진왜란을 계기로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조상들은 이를 약초로 여긴 듯하다. 남령초라는 이름을 얻었으니까. 남령초란 남쪽에서 온 신령스런 풀이란 뜻이다. 1614년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담배초명은 또한 남령초라고도 하는데 근세 왜국에서 비로소 나오다'고 기록했다.

지봉은 "담배는 잎을 따 말려서 불을 붙여 피운다. 병든 사람은 대통을 가지고 그 연기를 마신다. 한 번 빨면 그 연기가 콧구멍으로부터 나온다. 능히 담과 하습을 제거하며 또한 술을 깨게 한다"고 약효(?)를 기록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니코틴의 일시적 각성 효과를 약발이라 여긴 셈이다. 그렇다고 조상들이 담배를 좋게만 받아들인 것도 아닌 듯하다. 지봉은 같은 책에서 "그러나 독이 있으므로 경솔하게 사용하면 아니 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익은 1760년 성호사설에서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이 더 심하다'고 못박았다. '안으로 정신을 해치고, 밖으로 귀와 눈을 해친다'고 했다. "담배 연기를 쐬면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며 사람으로 하여금 노쇠하게 한다"고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 사람들은 상하노소를 막론하고 일 년 내내 하루 종일 담배 구하기만 급급하여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담배의 독성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 증명도 없던 시절 조상들은 이미 니코틴의 중독성을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오늘부터 새로운 금연 광고를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금연 광고가 흡연자를 의식한 '착한 광고'였다면 새로 선보인 광고는 흡연자보다 금연을 의식한 '나쁜 광고'다. 40대 가장이 담배를 끊지 못하다 결국 뇌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더 늦기 전에' 편에서는 '이래도 담배를 피우겠느냐'는 섬뜩함이 묻어난다. 혐오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다.

OECD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성 흡연율은 40.8%로 1위고 담뱃값은 34위다. 반대로 담뱃값이 1만 6천 원인 노르웨이는 담뱃값은 1위고 흡연율은 19%로 29위다. '나쁜 광고'와 담뱃값. 어느 쪽이 더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적일까. 결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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