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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위기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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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을 책임질 수 없다면…

위기의 국가/지그문트 바우만, 카를로 보르도니 지음/동녘 펴냄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과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카를로 보르도니가 '위기의 국가'를 진단한 대담집이다.

두 저자에 따르면 요즘 위기는 주로 경제적 위기를 가리킨다. 그런데 1929년의 대공황과 2000년대의 금융위기는 양상이 다르다. 대공황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와 재산을 증발시키고, 기업들을 파산으로 몰았다. 하지만 어디에서 도움의 손길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바로 국가였다. 강한 국가였다. 일을 추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2개의 자원, '권력'과 '정치'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가였다. 권력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고, 정치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국가는 '구조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오늘날 국가의 모습에서는 구조 능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 대한 규제와 관리는 고사하고, 시장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통제하는 수단과 자원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다. 왜일까. 권력과 정치가 분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실질적 권력은 국가 밖으로 이미 많이 넘어가 있다. 장벽이 허물어진 시장, 세계 전역에 침투하는 금융집단, 초국적 자본세력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국가 안의 정치는 국가 밖에 근원을 두고 몰아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정부는 무능해지고, 정치인은 민의를 대의하지 못하게 되며, 정치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커진다.

이른바 '국가 없는 국가주의'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통치만 하는 비정상적인 국가의 출현이다. 국가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강력한 중재자, 경제 규제의 주체, 안전의 보장자 능력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 "국가가 과연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커질수록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거세진다. 요즘 제기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도 여기서 나온다. 선거로 만들어진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다.

최근 나타난 주목할만한 현실이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가 그 구조의 책임마저 '외주화'한 이상한 현실, '세월호 참사'다. 원래는 국가가 담당했던 교육, 의료, 통신, 심지어는 국방, 그리고 재난 구조 등을 영리 목적 민간 기업이 맡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의 핵심이다.

두 저자는 말한다. "위기의 국가는 공공복지를 제공하고 보장하는 기구가 아니라, 국민에게 빌붙어 오로지 스스로의 생존에만 신경 쓰는 '기생충'이 됩니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은? 29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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