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끊이지 않는 '갑의 횡포', 근절대책 빨리 세워라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였다. 이로 인해 '갑을(甲乙) 관계' 논란이 일어나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일깨우고, 법원은 유죄를 판결하기도 했다. 법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양유업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부당 이용해 대리점주인들에게 밀어내기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도 따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로 뿌리깊은 '갑의 횡포'가 사라지겠느냐는 목소리도 컸다.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였지만, 아직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포항에서 일어난 유아용품 전문업체 보령메디앙스의 도매업체에 대한 '갑의 횡포' 사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령메디앙스와 도매 물품공급계약을 맺은 업주는 '보령'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수년 동안 거래했는데 최근 들어 보령 측이 물건 반품을 거부했다고 했다. 차일피일 반품 수령을 미뤄 창고에는 1억 원이 넘는 물량이 쌓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마저 패소했다. '물품에서 하자가 발생할 때 3일 이내에 통지하지 않으면 책임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거래약정서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이 도매업체 대표는 "남양유업 대리점주처럼 목숨을 끊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다. 대구'포항'경주'안동 등의 다른 가맹점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복하는 '갑의 횡포'에도 혹여 더 불이익을 받을까 봐 항의도 어렵다.

이러한 횡포는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업체일수록 더욱 심하다. 물건 판매는 물론, 매장 규격과 인테리어 비용까지 일방적으로 정해 본사의 배만 불린다. 이러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는 단순한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개별 계약에 맡겨서는 뿌리뽑을 수 없다. 부당한 계약 조건은 물론, 영업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를 어기는 본사에 대해서는 신규 영업점 개설 금지 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일시적인 솜방망이 제재로는 '갑의 횡포'를 절대로 막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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