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을 찾는 예비 CEO… 서문시장 20대 사장들

고객층이 점점 젊어지는 서문시장에 20대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신세대 상인인 이다빈, 김재관, 이세미(왼쪽부터) 씨가 상인의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고객층이 점점 젊어지는 서문시장에 20대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신세대 상인인 이다빈, 김재관, 이세미(왼쪽부터) 씨가 상인의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서문시장에서 고학력 신세대 상인들이 무대를 넓히고 있다. 젊은 고객이 몰리면서 상인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서문시장에 뛰어든 20대 상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소신을 갖고 당당히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는 신세대 상인들을 만났다.

◆'Moon Blue' 이다빈 씨

이달 6일 4지구 3층에서 여성의류판매 매장 'Moon Blue'를 연 이다빈(27) 씨는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 상인이다. 미술을 전공한 이 씨는 이모가 운영하는 동산상가 '달빛'의 디자이너 실장으로 근무하다 자신의 매장을 열었다. 오피스룩 위주의 옷을 만드는 덕분에 커리어 우먼이 주요 고객이다. 이 씨는 미술학도답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서울에서 원단을 구입해 공장에서 옷을 만든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2세 때 서문시장에서 여성의류매장을 열었다가 1년 만에 쫄딱 망한(?) 쓰라린 경험도 있다. 이 씨는 "첫 가게를 할 때는 젊은 여성 위주의 44, 55 사이즈 옷을 팔았지만 정작 고객들의 나이는 40대 이상이었다"며 "서문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덤벼든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매장을 접은 이 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내공을 키웠다. 지난해 졸업 후 대구시내 한 백화점에서 유통경험을 쌓은 뒤 올 초 다시 서문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모가 운영하는 매장의 디자이너 실장 자격이었다. 이 씨는 1주일에 2, 3일은 원단 구매를 위해 서울 출장을 간다. "서울 동대문은 굉장히 빠르고도 바쁘게 돌아간다. 그곳에 가면 도전 의지가 몸에서 솟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원래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의류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미술을 전공하게 됐다"며 "대학 때부터 장사를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서문시장과의 인연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과거 할머니가 서문시장에 매장을 갖고 있었고, 어머니가 장사를 한 적도 있다. 이 씨는 "이모와 함께 패션과 유통을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시코시코' 이세미 씨

2지구 지하 1층에서 올 3월 디저트 카페'시코시코'를 연 이세미(27) 씨는 우연하게 서문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관광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금융회사에서 3년가량 근무했다. 월급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 씨는 "직장생활이 갑갑했고 앞으로도 큰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소 나만의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인터넷과 책을 보면서 사업 품목을 고민하다가 수제과일찹쌀떡이 눈에 들어왔다. 이 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대구에 수제과일찹쌀떡 전문점이 없었다. 후발주자가 생기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소를 찾아가 대구 전역을 대상으로 매장을 물색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동인구가 월등히 많은 서문시장을 선택했다. 이 씨는 화학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찹쌀 반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날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또 주문이 와야 찹쌀떡을 만든다. 미리 만들어 놓으면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가냘프지만 야무진 외모의 이 씨는 "손님에 대한 예의인 동시에 내가 만든 찹쌀떡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만의 제조'판매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금빛창' 김재관 씨

2지구 1층에서 여성의류매장 '금빛창'을 운영하는 김재관(27) 씨는 2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지구가 2012년 재개장할 때부터 의류매장을 운영해 왔다. 김 씨는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지인들에게 일을 배웠고, 4지구에서 커튼 침구매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대학에서 골프 원예를 전공한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고, 서문시장이 유동인구가 많은 점에 착안해 매장을 열게 됐다"며 "대구 다른 곳에서 의류매장을 하는 지인들도 서문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추세"라고 했다. 유동인구가 많아 기본 매출이 보장되면서도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서문시장의 환경 때문에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혼 남성이 여성 옷을 파는 탓에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김 씨는 "중년의 여성 고객들이 총각이냐고 묻고는 딸을 소개해 준다며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며 "남자이지만 젊기 때문에 여성 고객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강점이 된다"고 했다. 의류는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가져온다. 그는 "1주일에 한 번가량 옷 구입을 위해 서울에 간다"며 "요즘은 거래처에서 새 옷이 나오면 카카오톡으로 전송해주고 즉시 주문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돈을 벌어서 점포를 더 사서 고정적인 수입처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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