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캐나다 포기한 70대 암 환자, 경대병원 12시간 수술 회생

부인, 고향인 대구로 데려와 20cm 넘은 종양 제거후 휴양

경북대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캐나다인 제르드 트루벤바크 씨와 부인 나오미 김 씨. 연합뉴스
경북대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캐나다인 제르드 트루벤바크 씨와 부인 나오미 김 씨. 연합뉴스

자국에서 치료를 포기한 캐나다 70대 암 환자가 아내의 고향인 대구에서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칠곡경북대병원과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밴쿠버에 사는 제르드 트루벤바크(71) 씨는 지난해 8월 현지 암병원에서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목 뒤쪽에 생겨난 혹이 악성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 암세포가 목의 림프절로 전이되면서 8㎝ 크기로 자란 상태였다.

종양은 급속도로 자라고 있었지만 진료 대기 시간은 하염없이 길기만 했다. 현지 BC암병원을 찾았지만 종양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려면 3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암 확정 진단을 받은 지 8주가 지나야 전문의를 만나는 셈이었다.

BC암병원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도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암 덩어리에 붕대와 반창고를 붙여주고는 그를 귀가시켰다. 사실상 수술을 포기한 셈이다.

트루벤바크 씨의 부인 나오미 김 씨는 캐나다에서 마냥 기다리다가 남편이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날 당장 한국의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고향인 대구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지난해 9월 15일 트루벤바크 씨와 김 씨가 칠곡경북대병원을 찾았을 때 종양은 이미 크기가 20㎝를 넘은 상태였다. 부풀어 오른 종양은 피부를 찢고 튀어나와 피가 줄줄 흘렀다.

칠곡경북대병원 이비인후-갑상선두경부외과센터 손진호 교수는 12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종양을 제거했다. 목에 밀집한 신경이나 혈관을 피해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이었다.

손 교수는 "종양이 수술을 할 수 없는 한계 상황까지 뚫고 들어간 상태였다"면서 "만약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한두 달을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후 트루벤바크 씨는 대구에서 3개월간 더 머물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최근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고 캐나다로 돌아갔다.

손 교수는 "트루벤바크 씨가 '캐나다 의사는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며 이후 검사 일정을 모두 한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9월에도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루벤바크 씨는 "캐나다에 그대로 있었다면 암이 뇌와 다른 곳으로 번져 죽었을 것"이라며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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