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를 대표하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소장하는 건축물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미래가 걸린 백년대계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서라는 직업 탓에 간혹 해외로 나갈 기회가 생기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이다.
관광객 반 이용자 반이라는 뉴욕공공도서관, 설계에서 건립까지 20년이나 걸린 일본 국회도서관 간사이 분관…. 부러운 마음으로 대구에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도서관을 꿈꾸어 왔다. 현재 도서관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대표도서관을 건립하고 있으며, 대구도 이제 새로운 대표도서관 건립의 첫 삽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의 공공도서관 역사는 어느 지역보다 유래가 깊다. 새로운 대표도서관이 완공될 2019년은 대구중앙도서관이 100주년 되는 해이다. 이제 또 다른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새롭게 건립하게 될 대구의 대표도서관은 '글로벌 교육학술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의 랜드마크가 되고, 지적'문화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현재 대구에는 30개의 공공도서관과 188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연간 1천만 명, 하루 평균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 도서관들과 연계해서 도서관 정책의 큰 틀을 만들고 시행하는 대표도서관은 대구 도서관의 컨트롤 타워이자 도서관 발전을 총괄적으로 지원하고 네트워킹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공공도서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서로서 벅찬 기대감을 적어본다.
첫째, 새로운 대표도서관은 정보 환경 변화에 따른 최첨단 시설과 최신 시스템을 갖춘 디지털도서관의 면모를 갖춘 디지털 복합문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 간 정보자원 공유 체제의 통합뿐 아니라 첨단 멀티미디어 시설로 영상과 음향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창의성을 발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창작과 휴식, 그리고 체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공간 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구 공공도서관의 지식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 환경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점을 고려할 때, 대표도서관은 불평등한 정보 접근 환경을 개선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동안 소규모의 민간 장애인도서관에서 해오던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를 이제는 대규모의 공공도서관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셋째, 대구의 상당수 공공도서관은 자료의 수장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귀중한 자료들의 훼손을 방지하고 과학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자료와 지역에서 발간되는 모든 간행물을 납본받는 대표도서관의 장서 증가량 등을 감안할 때 공동보존할 수 있는 서고의 여유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미래의 확장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따라서 성장하는 유기체로서 공동보존서고는 디지털 정보 유통시대에 부합하는 유비쿼터스형 자료 보존과 이용 환경을 갖춘 통합자료보존관으로 면밀한 구상이 전제되어야 하겠다.
그 밖에도 교육학술도시 대구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규모와 건축미, 예술성을 갖춘 대표도서관을 기대해본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대구역사 전시관,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공공도서관 사료관의 설치 등으로 대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집대성함으로써 대표도서관이 핵심 관광자원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건립될 대표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보다 규모가 좀 더 큰 도서관이 아니라, 미래형 신개념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타지역과는 차별화 된 새로운 차원의 지식관광명소로서 대구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대구문화 자부심의 상징으로 대표도서관이 우뚝 서기를 바라며, 대표도서관이 있어 행복한 대구를 꿈꾸어 본다.
허경자/대구공공도서관 사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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