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려동물, 사람과 함께 감정 느끼고 반응하고…교감하는 가족이죠

배설물·털 청소·음식 준비 등 수고로움·지출 만만찮지만…사랑·정 샘솟는답니다

강아지 5마리와 고양이 1마리를 키우는 김미영 씨. 자녀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를 간 후 거실에서 6마리의 또다른 가족구성원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아지 5마리와 고양이 1마리를 키우는 김미영 씨. 자녀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를 간 후 거실에서 6마리의 또다른 가족구성원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개
할머니와 함께 개 '하나'와 고양이 '방울이'를 키우고 있는 외손녀 권수아 양이 2마리의 동물식구와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당신의 펫사랑 무엇때문인가요?

1970, 80년대에 개나 고양이는 집 마당에서 키우던 그저 그런 동물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애완동물로 집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는 애완동물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 2015년 현재는 주인과 함께하는 반려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특급 대우를 받는 혈통 있는 개나 고양이도 더러 있다.

현대인들은 반려동물에 열광하고 있다. 독신 여성 중에는 자식이 없더라도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식사랑 못지않은 애정을 쏟는다. 자녀들이 다 출가하고 난 노부부 집에는 반려동물이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 모두가 동물을 사랑하는 가정에는 개나 고양이 한두 마리는 필수인 시대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인간들에 배신당하고 지친 마음을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위로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반려동물들이 키우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반려동물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강아지 5마리+고양이 1마리, 김미영 씨 가족

1남 1녀의 자녀를 둔 주부 김미영(47'대구시 서구 내당1동) 씨의 집에는 강아지 5마리와 고양이 1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남편까지 포함해 사람 4명, 동물 6마리가 함께 거주하는 셈이다.

김 씨 가족 모두 동물을 극진히 사랑하기 때문에 6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큰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6마리의 동물들은 그 종도 각양각색이다. 이 집 반려동물 중에 대장 격인 '꼬맹이'(2년 6개월)와 유일한 수컷인 '사과'는 말티즈, '봄이'(4년)는 시추, '써니'(3년)는 푸들, 프랑스산 명품견인 '봉봉'(6개월)은 비숑 프리제다. 5마리의 개와 함께 잘 지내는 '엘리'(5년)는 페르시안 고양이다.

반려동물들은 이 집 식구들과 잠도 같이 잔다. 밤늦은 시간이 되면 '사과'는 남편에게, '꼬맹이'는 딸에게, '써니'는 아들에게 다가간다. '봉봉'과 '봄이'는 김 씨 곁으로 와서 잠이 든다. 5마리의 반려견은 가족 중에서 누가 자신을 더 좋아하는지 희한하게 알아챈다. 놀라운 점은 '꼬맹이'가 사람처럼 매일 아침 모닝커피를 식기에 담아 핥아먹는 다는 것이다.

김 씨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면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반려동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어 좋습니다. 비록 동물이지만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반응하기 때문에 가족 전체에게 기쁨을 안겨다 줍니다. 6마리가 함께 있지만 나름 질서가 잡혀 있어,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삽니다"라고 답했다.

물론 불편함은 있다. 가장 큰 불편은 집안에 날리는 털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면걸레로 닦고 또 닦는다. 또 락스를 연하게 묻혀 방이나 거실 바닥을 닦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6마리 모두 배설물을 알아서 가리고,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한 어머니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김 씨는 25년 전부터 수입 견종을 키워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 준전문가다. 반려동물들이 뼈가 부러지거나 큰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가 아닌 작은 질병들은 집에서 치료할 만큼 경험이 많다. 직접 약을 사서 예방주사도 놓아주고, 배탈이 나면 설탕물을 타서 먹이는 등 자신만의 응급치료법도 많다.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할머니와 외손녀

만 14년 동안 버려진 개를 키워온 할머니 백월분(63'대구시 서구 비산4동) 씨와 외손녀 권수아(9'대구서부초등학교 3학년) 양은 반려동물을 극진히 사랑한다. 지금 키우고 있는 '하나'(14세'요크셔테리어)는 이 집의 오랜 식구로 사람 나이로 치면 80세가 넘은 노인에 가깝다. '방울이'는 도둑고양이가 집 창고에 새끼를 낳고, 버린 것을 거둬들인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고양이다.

두 사람의 개와 고양이를 향한 사랑은 각별하다. 할머니는 나이 든 '하나'가 아프면 잘 챙겨주고, 외손녀는 '방울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미니 우유병에 분유를 타서 먹인다. 이 집안에는 개와 고양이로 인해 항상 웃음꽃이 핀다. '하나'는 이 집안의 제일 큰 어른(?)처럼 행세를 하고, '방울이'는 온갖 애교를 부리며 사랑을 독차지한다.

백 씨는 "불자인 저는 살아있는 생명이 버려지는 것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갖고 있어,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며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하나'와는 14년 동안 함께 살고 있으며, 갓 태어나 버려진 '방울이'도 운명처럼 우리 집에 찾아왔기 때문에 잘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나'의 경우 수명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눈 밑 종양, 자궁 질환 등으로 큰 수술을 3차례나 받았다.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수술할 때마다 100만∼15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매년 맞히는 예방주사와 사료값 등도 월평균 10만원 이상 지출한다. 백 씨는 "앞으로 '하나'가 몇 해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돈이 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수아 양 역시 '방울이'를 위해 고급 캣타워(7만원)를 새로 구입했으며, 자그만 집도 마련해줬다. 사료와 분유도 제일 좋은 제품으로 구입했다. 수아 양은 "제가 개띠라서 그런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한다"며 "항상 집에 오면 나를 반겨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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