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시민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대형유통업체 대신 '동네 가게'를 찾고 웬만한 질병에는 병원 대신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는 등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발생 이후 가장 썰렁해진 곳은 병원이다. 주로 병원 내에서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파도 약만 사먹는 등 병원행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감염에 치명적인 노인층들은 병원이 무섭다는 반응이다. 김화식(72) 씨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며칠째 가지 않았다. 사망자가 주로 노인들이 많다 보니 자식들도 병원에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1, 2차례 대형마트를 찾는 주부 이은미(34) 씨는 며칠째 동네 슈퍼마켓과 채소가게에서 장을 보고 있다. 동네 가게에 없는 물건은 온라인 쇼핑을 통해 산다. 메르스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에 가기가 꺼려져서다. 이 씨는 "예전에는 아이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메르스 발생 이후 마스크를 껴도 불안하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당분간은 대형마트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고 했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외식도 하지 않고 배달 음식조차 꺼리는 시민들도 많다. 배달 음식의 경우 조리나 배달 과정에서 타인의 침이 튀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주부 김모(31) 씨는 "치킨이나 짜장면 등을 자주 시켜먹는데 만들거나 배달하는 분들이 제대로 위생을 지키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보니 찜찜해 지난주부터 시켜먹지 않고 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 집밥뿐이다"고 했다.
심지어 택배를 받는 것조차 불안해하는 시민들도 있다. 배달기사에게 택배 상자를 바깥에 놔두라고 한 뒤 소독약을 뿌리고 가지고 들어가는 웃지 못할 광경까지 벌어진다. 택배배달업을 하는 한모(51) 씨는 "택배를 들고 가면 문을 활짝 열지 않고 손만 내밀어 상자를 받아간다. 특히 택배가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수도권에서 오는 경우가 많아 소독약을 뿌리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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