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소통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제일 많이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가 '소통'일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도 소통 부족에 대한 민의이고, 소통을 더 하라는 요구였다고 생각된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임에 비춰 보면 소통은 위정자들의 국가 운영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가장 필요한 덕목임이 분명하다.

병원 운영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의사와 환자의 소통은 치료에 필수적이다. 필자가 다루는 통증은 상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통감이다. 특히 만성통증은 완전히 통증을 줄이기 힘들고, 일부 질환은 난치성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질환들은 치료 계획에 대한 의사나 환자의 긴밀한 소통에 의해서만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얼마 전 3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만성적인 전신의 근골격계 통증과 뻣뻣함, 감각 이상, 수면 장애, 피로감, 신체를 누르면 아픈 압통점 등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다. 힘줄과 인대, 근막과 근육, 지방조직 등 연부조직의 통증을 호소하는 '섬유근통 증후군'이었다. 섬유근통은 별다른 기질적 질환이 없는데도 반복적이고 만성적으로 신체 여러 부위의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 중 하나다. 섬유근통의 원인과 진행 과정이 아직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증상에 맞춰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여러 섬유근통 환자들이 치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이 젊은 환자도 이미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 의욕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병에 대한 설명과 증상에 대한 개별적 치료를 한 결과, 다행히 점점 증상도 좋아지고 개인 사업에 복귀하는 등 일상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섬유근통 외에도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치료가 어려운 만성통증은 단기간의 약 처방이나 시술만으로 부족하다. 치료에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많이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의사는 이런 질환에 대한 새로운 의학지식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에 임하며 소통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치료방법이 된다.

우리는 소통이 아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생활은 점점 편리해져 가고 있지만 소통의 부재는 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소통은 상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때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치, 사회 그리고 가정에서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정치적인 통증, 사회적인 통증 그리고 가정에서의 여러 가지 통증도 완화될 수 있는 훌륭한 명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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