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 '밥' 사이…3만·5만·10만원 기준 '격론'

김영란법 찬반 토론회

24일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 예고안 공청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 예고안 공청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9월 28일)을 앞두고 24일 서울 포스트빌딩에서 열린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는 찬반 토론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각급 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고액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 처벌한다. 금품을 제공한 자도 처벌을 받는다.

이날 공청회에선 원활한 직무 수행과 사교'의례'부조 등을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경비(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적정성과 예외 품목 인정 여부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부정부패 근절 위한 적정선…기준 바꾸면 입법취지 후퇴"

◆찬성하는 시민단체 "청탁 금지 취지 잘 반영"

발제를 맡은 곽형석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상한액 설정에 대해 "국민의 인식 수준, 금품 등을 받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한 국민도 함께 처벌받는 등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 상호부조 성격의 경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유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수석부회장도 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고 수석부회장은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 기준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 이내로 설정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해외사례에 비춰보아도 결코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공직사회의 청탁'알선, 금품수수, 직무의 사적 남용 등 근절해야 할 관행을 없애고 국가의 대내외적 신뢰를 회복'증진하기 위한 종합적인 통제장치로서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전반적으로 잘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체의 예외 규정 없이 엄격하게 선물 및 식사 접대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교나 의례 등 목적으로 3만원 이내의 음식물과 5만원 이내의 선물이 허용된다면 이는 오히려 김영란법의 취지를 후퇴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학교에서 '촌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불 방법 변경 등 편법을 동원해 상한선을 넘으려는 의도가 끊임없이 다양하게 시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식물 7만원·선물 7만원·경조사비 10만원으로 올려야"

◆반대하는 업계 "경제적 타격 최소화 장치 마련해야"

하지만, 그동안 선물로 매출을 많이 올렸던 업계에서는 현실을 감안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원섭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음식물이나 선물 등의 판매 단가에 비해 허용 금액이 과도하게 적은 수준"이라며 "소상공인들은 이로 인해 연간 2조6천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이는 소상공인 1인당 월 매출이 31만원 정도 감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식물 7만원 이내, 선물 7만원 이내, 경조사비 10만원 이내로 기준 금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고 했다.

임정수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국내 가계의 수산물 총 소비액 8조8천803억원 가운데 21%인 1조8천648억원 정도가 설과 추석에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대표적인 명절 선물인 굴비는 명절에 팔리는 비중이 최대 95%에 이를 정도로 많다"며 "선물 비용 5만원 이내 선정으로 명절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게 되면 수산업 전반에 대한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사는 "허용 금액 기준은 김영란법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입법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가액은 인상하고 법 시행도 경제 상황을 보면서 늦췄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은 "선물 품목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은 "농축수산업 보호라는 헌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지 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것은 선택 가능하고 필요한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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