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입지 용역 마무리 앞둬
영남권 같이 살자 큰 양보한 대구
이판사판 설치는 부산의 과욕
영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이 다음 달(6월) 25일 전에 마무리된다. 5년도 더 지난 2011년 4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신공항 백지화'를 거침없이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밥맛이 싹 달아났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인재'예산'정보가 몰려드는 수도권에 치이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영남지역에서 하늘길을 열어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보려던 꿈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중국은 판이하다. 이미 300개의 공항이 있는데도, 5년간 500개의 다목적 공항을 더 지어서 중국 동'서부 어디서나 전 세계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결정을 밀어붙였다. 스피디한 시진핑식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천로(天路)인 셈이다. 육로'해로에 이은 하늘길까지 촘촘하게 짜서, 중국 어디에 살든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적 이익과 지역균형개발, 그리고 비상사태 시 나라 방어와 직결된 제2관문공항이 들어설 입지조차 10년째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정치권의 '뻘짓'과 편 가르기, 백해무익한 공치사, 수도권 중심주의, 경쟁지역의 불공정 게임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2관문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그 이듬해 '제2관문공항(남부권 신공항) 건설여건에 대한 연구보고서'에서 미래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3년 만에 신공항 백지화로 돌아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심각한 불균형을 당해본 적이 없는 수도권 의원들이 언론과 합세해서 "지방에 공항을 지어서 고추나 말리고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반대몰이에 나섰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수도권 여론의 남부권 신공항에 대한 평가절하 못지않은 뻘짓은 지역 정치권에서도 저질러졌다. 당시 모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만나 신공항에 대해 반대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떠벌였다. 신공항 건립에 뻘짓을 한 그 비정한 정치인은 이번에도 여의도에 입성에 성공했다. 수신(修身)이 안 된 정치인을 국회로 보냈으니, 지역문제 해결에 앞장설 리가 없다. 이번에는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서 지원은 안 해도 좋으니, 부디 입 다물고 있기를 바란다.
또 다른 정치인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신공항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촐싹댔다. 아니, 대구가 어떤 대구인데 그저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해서 선물로 신공항을 받는단 말인가. 대구는 영남권 신공항을 유치하기 위해서 이미 큰 양보를 했다. 영천쯤 건립하자고 할 수도 있었건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구만 살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살기를 바라는 대동(大同)의 정신에 입각해서 밀양을 밀었다. 그런 대구 정신을 어떻게 보고 영남권 신공항을 대통령의 선물 보따리로 평가절하시키나. 그 의원의 잘못된 공치사가 대구 정신을 훼손시키고, 대통령을 욕보였다. 부끄럽다.
마지막으로 영남권 신공항에 가장 해로운 짓을 하는 정치인은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내놓겠다"고 이미 공표한 서 시장이 여러 불공정 게임을 펼치고 있다. 과열 경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유치전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건만 대놓고 여론전을 벌이고, '가덕 신공항을 전제로 한 대구공항과의 상생방안'을 들고 정부에 뛰어다니고, 정부가 용역 중인데도 독자적으로 맡긴 이상한 용역 결과를 들고 다니는 심각한 뻘짓을 하고 있다. 자고로 인간, 특히 정치인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위태롭나니. 뻘짓을 버리고 평정한 객관성을 꽉 붙잡는 윤집궐중(允執厥中)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게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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