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서는 사월초파일인 부처님오신날이 지나고 이어 하안거(음력 4월 15일에서 7월 15일까지) 결제가 시작되고 나면 사찰 소임을 맡은 스님들은 조금 여유를 갖습니다. 1년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도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많아집니다.
어느 날 "스님들은 불금에 무엇을 하시나요?"라고 묻는 신도가 있었습니다. "불금이라뇨?" 처음에는 불금이라는 단어를 몰라 어리둥절했지요. 알아보니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신나게 놀고, 토요일 쉬고, 일요일은 다음 한 주를 위해서 충전을 한다나요? 금요일을 불타는 것처럼 신나게 보내면서 열심히 일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금에 스님들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겁니다.
"그럼, 불금에 신도께서는 무엇을 하시는데요?" 금요일을 불태우기 위해서 친구들과 술을 자주 마시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술을 마음껏 마시는 날이라 해도 무방한 것 같았습니다.
술은 언제부터 인류와 함께했을까요? 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역사를 뒤져보니 약 9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이미 맥주를 만들어 마셨고, 와인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지중해 연안 곳곳에서 생산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술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종류도 각 나라 지방별로 제조법이 다를 만큼 다양하게 있더군요. 술은 주식은 아니지만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성인이라면 누구든 술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불가에서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이슬람과 모르몬교 등 다양한 종교에서도 술을 금지하고 있지요. 이슬람 사회에서는 공항에서 술을 압수한다고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원숭이가 된다는 탈무드의 격언도 있습니다.
이처럼 술을 금지하는 것은 술이 인간에게 이득보다는 해가 많기 때문입니다. 혈중알코올 농도 0.05% 이상부터 벌금형에 면허정지, 면허취소까지, 음주운전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자가 기혼자일 경우 배우자도 같이 수감시킨다고 하고, 핀란드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1개월분의 급여가 벌금으로 몰수된다고 합니다.
술을 가볍게 마시게 되는 경우에는 활기가 솟고 자기도 모르게 유쾌한 기분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대뇌 신피질 기능이 저하되어서 걱정할 일이 없어지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만취하게 되면 대뇌 신피질뿐만 아니라 대뇌 변역계와 소뇌까지 작용을 잃게 되어 다른 사람 말을 이해할 수도 없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리며, 호흡이나 심장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간만이 기능하게 된다고 하는군요. 쉽게 말해 만취하면 뇌의 중요한 기능들이 모두 마비되고 숨만 쉰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전문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고 알코올로 인한 각종 암 발생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술을 왜 끊임없이 먹게 되는 것일까요? "긴장된 몸을 풀어주는 가벼운 취기에서 기분 좋게 흥분된 상태에 중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기분 좋은 취기는 가끔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하고 기분을 들뜨게 해 흥겹게 하는 것을 누구나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 절제해야 하는데 만취가 되어 마취가 되는 상태가 되어 실수와 더불어 건강까지 해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바꿔봅시다. 불금을 '수행하는 날'로 정해 한 주간 자신의 모습을 성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특정한 종교에 귀의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누구나 각자의 기도와 수행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불금에는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는 열정으로 기도 수행 정진을 하지 않으시렵니까?
댓글 많은 뉴스
[커피 한 잔과 청년] '청년의 찾아오는 도시' 위한 대구시 정책은?
홍준표 "TK신공항 SPC 설립 이외에 대구시 단독 추진도 검토 중"
이철우 지사 "대구경북신공항 입지 변경은 불가능" [영상]
이재명-문재인 방탄 동맹과 특권 계급의 꿈 [석민의News픽]
퓨전국악콘서트 ‘서구! 서풍(西風) 콘서트’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