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창업 길을 찾는 사람들…장종현·김현인 씨

100% 고령 현미쌀로 만든
100% 고령 현미쌀로 만든 '오그래 그래놀라' 제품으로 미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리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장종현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김천 산할아버지농장 김현인 대표가 농장에서 갓 수확한 호두를 내보이고 있다. 그는 국내산 호두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외국산 호두에 맞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김천 산할아버지농장 김현인 대표가 농장에서 갓 수확한 호두를 내보이고 있다. 그는 국내산 호두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외국산 호두에 맞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농촌으로 돌아오는 청년 창업가들 덕분에 점점 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던 우리 농촌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들 청년 창업가는 '농사가 국가 미래 경쟁력'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우리 농산물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외국산이 점령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국내 우수 브랜드를 개발해 외국에 수출하는 등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들의 창업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내 브랜드로 시리얼 시장 도전…장종현 씨

국내에서 흔히 판매되고 있는 시리얼 제품은 미국의 모 브랜드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미국산 시리얼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이런 시리얼 시장에 국내 브랜드를 들고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

건강한 음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농업회사법인 ㈜늘그린의 장종현(41) 대표는 지난해 9월 회사의 경영을 맡았다. 대학 졸업 이후 외국계 제약사와 보험회사에서 10여 년간 세일즈맨으로 일해왔던 장 대표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시리얼 시장은 쉽잖은 선택일 터이다. "10여 년간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에서 일하면서 최상위 세일즈맨으로 살았습니다. 한 직업을 가지고 10년이 지나면 달인의 경지에 이른다고 하잖아요. 그 경지에 이르고 나니 서서히 다른 쪽으로 시선이 가게 되더군요."

처음엔 선배가 하던 ㈜늘그린에 여윳돈을 투자했다. 이후 회사를 좀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이 훌쩍 도맡아 오늘에 이르렀다. "분명히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회사를 키워보자는 판단이 서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었지요."

장 대표가 개발한 '오그래 그래놀라'는 경북 고령에서 재배하는 100% 국내산 현미(玄米)로 만든다. 현미가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소가 모두 들어 있어 변비는 물론 동맥경화, 노화방지에 매우 우수한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미가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조리하기 어렵고, 식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접하지 않는 곡물입니다. 현미의 영양은 그대로 살리면서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고령의 한 공장에서 현미를 통해 시리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장 대표는 "100% 국내산 현미로 만들었고, 유전자재조합식품(GMO) 농산물은 전혀 섞지 않은 건강식품이다. 또한 퍼핑 공정을 통해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재현했고, 현미의 원형도 바꾸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오그래 제품은 자연 그대로의 현미를 5초가량 열과 압력을 가해 가공을 최소화했다. 현미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되며, 곡물의 영양소 파괴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착색료와 합성감미료를 넣지 않고 야채가루와 코코아가루 같은 천연과일가루를 현미에 직접 코팅해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도 주력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적은 양이지만 지난해부터 홍콩, 중국, 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면서 "오그래가 잘 팔리면 우리 쌀 소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매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늘 우리 몸에 그린의 식품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회사의 목표처럼 내 아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학원 선생님…김현인 씨

지난 2일 경북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김천에서도 산골 오지로 유명한 이곳에 3년 전 귀농한 김현인(41)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호두 따기에 한창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활동하다 2009년부터는 학원을 직접 경영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그런 김씨가 2013년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는 빡빡한 도시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 "이미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고향에서 6차 산업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해 11월 김씨는 산할아버지농장이라는 개인사업체를 창업했다. 아버지가 그동안 하셨던 호두와 오미자를 재배하고, 칡즙과 호두기름을 가공해 판매하는 일을 시작한 것. "고향인 삼도봉 일대는 국내 호두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호두 재배에 적합한 곳입니다. 또 인근 산에는 약효가 좋은 칡이 널려 있었지요. 아버지가 지난 30년 동안 백두대간을 누비며 칡을 채취하셨던 터라 건강을 많이 챙기는 요즘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게 칡즙을 가공해 팔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지요."

하지만 장사의 '장' 자도 모르는 그에게 난관은 이어졌다. 2013년 겨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호두나무 가지가 대부분 얼어 죽었다. 설상가상으로 1만3천여㎡에 심어놓은 감자도 그해 가격 폭락으로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에 넘겨야 했다.

"참 막막했어요. 아내와 아이들 얼굴 보기가 미안할 정도였지요. 그때 아버지가 낙담하는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저에게 지게를 주시더군요. 그것을 지고 산속으로 들어갔지요. 아버지는 약효가 좋은 칡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알고 계시더군요. 이후 낮엔 칡을 캐고, 밤엔 그것을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말린 뒤 '갈근'이라는 약재를 만들어 팔았어요."

개인사업체를 열었지만 판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김 씨는 "농사만 잘 지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김천시는 물론 농업기술센터, 경북농업기술원, 구미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개설한 마케팅 및 경영수업 등 창업과 관련된 공부에 빠졌다.

그곳에서 창업 시 초기 투자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직거래 방법 등의 유용한 팁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지식의 힘은 놀라웠다. 지난해 매출이 첫해보다 서너 배 이상 급증하는 위력을 발휘한 것. 김 씨는 "지금은 호두와 칡을 주제로 한 체험행사를 개발해 전국의 소비자들과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국에 있는 국내산 호두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목표를 정해 쉼 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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