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빛공해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몇 해 전 태백시로 휴가를 떠났다. 행선지를 태백으로 정한 것은 피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름 밤하늘을 볼 요량이었다. 고한읍과 태백시를 잇는 414번 지방도가 지나는 만항재(해발 1,330m)는 별을 오롯이 볼 수 있는 적지여서다. 하늘과 맞닿을 듯 함백산 산등성이에 걸친 만항재는 국내에서 차량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마루다.

하지만 여름밤을 두텁게 가둔 산안개는 하늘을 허락하지 않았다. 끝내 은하수를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도시에서는 대기오염과 빛공해 때문에 꿈도 꿀 수 없다. 은하수를 보려고 장시간 이동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짬을 낼 처지도 아니라는 점에서 별 볼 일이 더욱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수시로 은하수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란 북동부 알보르즈산맥이나 하와이,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국립공원, 유타주 캐니언랜즈국립공원 등 지구에서 은하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상으로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 무리가 장관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맨눈으로 은하수를 보려면 외딴곳밖에 없다. 만항재의 경험처럼 일기가 나쁘면 그도 허탕이다.

우리나라 '빛공해'가 G20 국가 가운데 매우 심각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국제 연구팀이 수오미(Suomi) 극궤도 위성 등 지구관측 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토대로 세계 빛공해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빛공해에 많이 노출된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스페인 등이 꼽혔다. 전체 인구에서 빛공해에 노출된 인구 비율이 한국이 두 번째로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 전 국토에서 빛공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89.4%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연구팀은 인공조명 때문에 전 세계 인구의 80%가 깨끗한 밤하늘을 볼 수 없고, 3명 가운데 1명꼴로 1년 내내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국민 전체가 인공조명으로 인해 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인공조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2013년부터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법 자체가 생소한데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회 분위기다. 지나친 인공조명이 농작물 생육과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줄이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이러다 평생 은하수를 보지 못한 사람이 절대다수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살고 있는 곳에서 언제든 은하수를 볼 수 있다면 그런 축복이 또 있을까.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방미심위의 조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노조 간부들이 회사의 출입 관리 절차에 반발해 사무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현대차는 공...
충남 아산에서 한 50대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70차례 폭행을 가해 중상을 입히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되었다. 사건은 지난 5일 아산시...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1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군사·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가 미국의 공격에 대해 중대한 오판이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