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 'EU 탈퇴' 후폭풍] 대내외 악재 겹쳐…'3% 성장' 물 건너간 한국경제

對 영국·EU 수출 타격 불가피…17개월째 '-' 회복은 미지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Brexit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시장 비상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낀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조선과 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대외 악재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마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워지면서 정부도 성장 눈높이를 2%대로 낮추는 등 저성장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브렉시트 현실화로 지난해 이후 한국 경제 부진의 출발점이던 수출은 계속 어려울 전망이다. 대(對)영국'EU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과 EU 지역 실물경기가 위축되면 대외 교역 자체가 줄어들고 이는 우리 경제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56억5천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줄었다. 수출액은 지난해 1월부터 1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 중이다.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여기에 브렉시트로 인한 교역량 위축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수출은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3.1%보다 0.3%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정부가 '3%대 성장'이라는 목표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28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2.8%보다 높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정간담회에서 "2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추경 여부를) 분명히 하겠다"며 사실상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차단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2016 추경 편성 방향 제언' 보고서를 통해 "2014~2015년 하반기와 유사한 3%대 내외의 성장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1조5천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며 "만약 적극적인 경기 진작을 도모하려면 규모는 최대 26조6천억원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자본시장 점검 비상회의를 통해 "브렉시트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금융위기처럼 금융이나 재정의 직접적인 부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불안해하기보다는 차분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증시 하락폭은 과거 위기 상황보다 크지 않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외국인 순매도 규모도 631억원으로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업계는 브렉시트 이후 국내 증시가 급락할 경우 정부가 공매도 금지, 기업의 자사주 매입 기준 완화, 증시 안정 펀드 조성 등 비상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다음 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영국계 자금의 회수 여부가 한은의 고민을 커지게 하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있는 36조5천억원 규모의 영국계 자금이 빠져나가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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