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페리 前장관 "대북선제타격은 위험하고 멍청한 일…협상해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14일 일각에서제기하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 "위험하고 바보스러운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 핵과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가 제안한 이른바 '3 노(No)' 원칙을 북한이 단계적으로 준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한 중인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연세대 통일연구원 주최로 연세대 백양누리에서열린 특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이 언급한 해커 박사의 '3 NO 원칙'은 북한이 핵무기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핵무기 성능을 개선하지 않으며,핵무기와 기술의 이전을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협상하는 것을 말한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보지말고 있는 그대로를 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북한의 핵무기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협상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한미가 추진해온 비핵화 원칙을 벗어나 비확산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국방장관 재직시절인 1994년 '옵션'의 하나로 검토됐던 대북 선제타격에 대해 "북한의 남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우려해 당시 대통령에게 권하지 않았다"면서 "당시에는 (선제타격이) 위험한 일이었지만 바보 같은 일은 아니었다.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핵시설이나 핵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군사 행동은 위험할뿐 아니라 바보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정권의 생존을 걸고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수로 발사될 수도 있고,테러 그룹에 팔 우려도 있다.북한과 협상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험을 낮춰야 한다"면서 "(이것이)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은 아니지만,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은 1994∼1997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으며,1999년에는 미국 의회의 위임을 받아 대북정책의 로드맵을 담은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북한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고,오늘날 북한의 상황은 (과거와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3가지 목표는 정권 유지와 국제적인 인정,경제개선이라면서 "북한은 2가지 목적은 달성했고 세 번째 목표는 실패했다"면서 "앞으로의 협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에 대해서는 "결과로 놓고 보면 실패이고,지속해서 실패할 것"이라면서"성공 가능성이 큰 전략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 붕괴론에 대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붕괴를 전제하고 정책을 만들어왔는데,실패로 판명됐다"면서 "더 이상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향후 6주간어떤 사람이 임명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면서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되면 희망적이지 않고 대북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거론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이 심사숙고한 대답이 아니었고,즉석 대답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몇 달간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심각성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북핵을 포함한 우발적 핵위기를 거론하며 과거 자신의 국방차관 시절 "컴퓨터에200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온다는 정보가 표시된다는 보고를 새벽에 받은 적이 있다"면서 "장병이 훈련자료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생긴 실수였다"며 아찔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또 "1989년 소련에서도 사령관이 비슷한 정보를 받았지만,이 사령관이 컴퓨터 전문가여서 서기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며 실수로 인한 핵위기 상황을 우려했다.

 페리 전 장관은 최근 '핵 벼랑을 걷다(at the nuclear brink)'라는 저서를 발간했으며,한국어판도 나왔다.이날 특강 주제도 같은 제목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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