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홀대받는 교통 오지 울진] 1시간 거리 내 고속도로 없어…서울까지 4시간

332km 거리인 포항보다도 서울까지 평균 20여분 더 걸려

국도 36번 직선화 도로 중 부분 개통의 마지막 지점인 울진군 금강송면 현장 구간. 1999년 처음 발표됐던 해당 사업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신동우 기자
국도 36번 직선화 도로 중 부분 개통의 마지막 지점인 울진군 금강송면 현장 구간. 1999년 처음 발표됐던 해당 사업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신동우 기자
직선화 이전의 국도 36번을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 구불구불한 도로가 무척 위험하고 불편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국도 36번은 지난 2009년부터 직선화 작업을 시행 중이다. 울진군 제공.
직선화 이전의 국도 36번을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 구불구불한 도로가 무척 위험하고 불편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국도 36번은 지난 2009년부터 직선화 작업을 시행 중이다. 울진군 제공.

울진 사람들은 울진을 흔히 '육지 속의 섬'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섬처럼 고립된 교통 불편을 한탄하는 말이다. 전국이 30분 내 고속도로 접근시대를 열었지만, 정부의 교통 정책은 유독 울진만 비켜가는 느낌이다. 짧은 거리를 두고도 울진 주민들은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교통안전과 운행시간 단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고생길이다. 정부의 국토균형개발정책은 매년 발표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축소되거나 잦은 연기로 헛된 약속이 될 뿐이다. 울진 주민들은 항상 최우선 숙원사업으로 교통체계 개편을 부르짖으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100㎞ 가는데 2시간, 고립된 울진

서울까지 200여㎞(울진군청~서울 나들목 기준), 경북도청사(안동)까지 92㎞. 울진은 포항'영덕'경주 등에 비해 경북 동해안권에서는 수도권 등 주요 도시와 직선거리가 짧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운행거리는 이들 중 가장 멀다. 승용차 기준으로 서울까지 4시간, 경북도청사까지는 2시간이 넘는다. 오히려 서울과 332㎞, 경북도청사와 152㎞ 거리인 포항보다 평균 20여 분 더 소요될 정도다.

모두 울진의 심각한 교통 기반시설 부족 때문에 발생한 아이러니다. 울진에서 서울까지 가는 가장 짧은 길은 봉화를 거쳐 영주까지 1시간 30분가량 국도를 달려 중앙고속도로를 타거나, 강원 삼척'강릉까지 약 1시간을 달려 영동고속도로를 타는 방법이 있다. 최근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영덕까지 남쪽으로 내려가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선택지도 생겼다. 물론 이것 역시 1시간가량 국도를 달려야 한다.

지난 1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고속도로건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전국의 30분 내 고속도로 접근 가능지역은 70.7%로 조사됐다. 그러나 울진은 1시간권 미만에 접근 가능한 고속도로가 없다. 실제 국토부의 고속도로 노선도(그림 참조)를 보면 전국의 고속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얽힌 와중에도 울진지역만 구멍이 생긴 형태다.

◆'울진에도 사람이 삽니다' 이유 있는 절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지진 등 재난재해가 이어지며 국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최대 30㎞로 2배 이상 확대되면서 울진 주민들의 기대감은 점차 높아졌다. 우리나라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울진으로서는 이번 조치가 '주민들의 생명보호를 위한 퇴로 확보' 차원에서 교통망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올해 초 직선화된 36번 국도(봉화~울진)가 부분 개통되면서 이러한 기대는 현실로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실상은 암담했다. 애초 계획된 36번 왕복 4차로 계획은 2차로로 축소됐고, 속도제한도 시속 60㎞로 터무니없이 낮춰졌다. 1999년 설계에 들어갔던 36번 국도는 2009년에 들어서야 겨우 착공을 시작했지만, 8년째 공정률 65%에 그치고 있다. 포항~영덕~울진~삼척을 잇는 총 166.3㎞ 길이의 동해 중부선철도 역시 애초 복선에서 단선으로 변경돼 추진되고, 울진지역 구간인 58.94㎞는 현재 35%의 공정률로 2020년이나 돼야 개통될 예정이다.

동해안고속도로(포항~영덕~울진~삼척)도 내년 1월에 착공해 포항~영덕 30.92㎞ 구간은 2023년 개통 예정이지만, 나머지 영덕~울진~삼척 117.9㎞ 구간은 아직도 고속도로 건설 5개년(2016~2020년) 장래 계획을 결정하기 위한 사업타당성 분석 및 대안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예산 반영은 물론 언제 시행될지 미지수인 셈이다.

충남 보령~울진 고속화도로가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반길만 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비용편익 분석이나 정책분석(AHP) 수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예비타당성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부권을 동서축으로 연결하는 교통망이 없다. 지난해 3월부터 충남 서산과 천안, 영주, 봉화, 울진 등 지역 12개 자치단체의 시장'군수는 협력체를 구성,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산~천안~청주공항~괴산~점촌~영주~봉화~울진을 잇는 해당 철도사업은 총 349.8㎞ 구간에 8조5천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 철도가 건설되면 동해에서 서해까지 약 2시간대 생활권이 열린다. 중부권 내륙 철도망 건설로 원활한 수송체계 확보와 물류비 절감 등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로 12개 지자체는 연구용역비 5억원을 분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철도 사업은 제1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되고도 제2'3차 계획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연거푸 제외됐다.

◆경제 논리보다는 생존권 우선해야

울진지역이 교통망 확대에서 거듭 제외되는 이유는 교통영향평가분석(B/C)의 영향이 가장 크다. 현재의 도로 이용 상황을 분석해 과부하가 예상되면 교통망 확대를 꾀하는 것이 교통영향평가분석의 목적이다. 당연히 경북 동해안 끄트머리이자 변변한 연결도로를 갖추지 못한 울진으로서는 외부인의 방문이 적은 탓에 매번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이렇듯 교통 불편이 장기화하면서 울진지역의 민심은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대한 원망으로 향하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과 비록 적은 인구지만 생활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경제성으로만 정책을 판단한다면 낙후 지역은 평생 불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울진군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라는 막대한 짐을 지고 있음에도 번번한 교통망 하나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역 대표자들이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어쩌면 원전이라는 위험요소를 가져다 놓고 일부러 고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이에 대해 강석호 국회의원은 "국도 36번은 이미 4차로 토지보상 예비비 133억원을 확보했다.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확충된다"며 "중부권고속도로와 남북고속도로 등 도로망 확보를 새 정부에게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울진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군민들의 불만을 이해한다. 그러나 현안 문제는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 군민들이 중앙정부에 계속 민원을 제기하는 등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