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규슈(九州)로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이다. 대구공항, 부산공항에서 규슈의 중심 도시인 후쿠오카(福岡)까지는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 이륙했는가 싶으면 이내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해외를 간다는 감상에 채 젖기도 전에 환상을 깨뜨리는 것이다. 규슈엔 남한의 반이 채 안 되는 땅에 약 1천500만 명이 산다. 중심 도시인 맨 윗단 지역인 후쿠오카현을 비롯해서 서쪽으로 사가현(佐賀縣), 일찍이 네덜란드 등 외래 문물의 교류 창구였던 나가사키현(長崎縣), 일본 3대 성을 보유하고 있는 구마모토현(熊本縣)이 있다. 동쪽으로 가면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別府), 유후인(由布院)이 있는 오이타현(大分縣), 남쪽으로 내려가면 멋진 해변 풍광을 자랑하는 미야자키현(宮崎縣), 사쿠라지마가 멋을 부리는 최남단 가고시마현(鹿兒島縣)까지 총 7개 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굳이 포함한다면 약 690㎞ 떨어진 오키나와(沖繩)도 규슈의 한 꼭지로 포함시킬 수 있다. 너무도 가깝고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는 까닭에 규슈는 어딜 가도 한국인들로 붐빈다. 후쿠오카나 시모노세키(下關) 등 규슈로 가는 여러 편의 다양한 교통수단에도 불구하고 늘 만석이 될 정도로 항상 붐빈다.
규슈는 온천, 쇼핑, 먹거리, 골프, 가족 단위 여행 등 참으로 다양한 매력으로 우리를 늘 유혹한다. 수차례 규슈를 다녀왔지만 오히려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규슈의 이곳저곳은 친숙함을 준다. 이제는 자전거로 그 속내를 살펴본다.
규슈는 최북단 후쿠오카에서 최남단 가고시마까지 거리가 350㎞나 될 정도로 꽤나 큰 덩어리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벳푸나 유후인 등을 제외하면 남쪽 지역까지 다녀오는 게 쉽지는 않다. 흔히 일본 자전거 여행 하면 후쿠오카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는다. 알음알음으로 다녀온 이들이 꽤나 많다. 다만, 체계적으로 다녔다기보다는 길에서 텐트를 치고 자면서 도전기를 쓴 이들이 많아서 여러 자전거 여행기를 읽어보아도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보다는 뚝뚝 끊어진다. 가깝고도 친숙한 그 규슈 지역을 한 땀 한 땀 밟아보며 지도를 그려보고자 한다.
◆세심함이 돋보이는 일본의 관광 수용태세
작년 한 해 해외 출국자 2천600만 명 중 약 700만 명이 일본을 찾았다. 그중 단연 인기 있는 곳은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지역인 간사이 지방과 후쿠오카를 비롯한 규슈 지역이다.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는 애증이 교차하고 다소 이중적인 잣대가 존재한다. 정치적으로는 위안부, 독도, 역사 왜곡 등 일본을 백안시하지만 막상 여행의 관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엄지 척 한다. 그러곤 또 간다. 밉다, 싫다 하면서 또 간다.
무슨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흔히 여행객을 유입하는 관광 포인트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구분하여 바라본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편의성, 그리고 가격이다. 일본 곳곳의 여행지는 이런 요소들을 상당 부분 갖추었다. 심지어 일본이 우리나라의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 더 편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꽤나 있다. 사실 볼거리만을 놓고 보면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일본이 배려하는 여러 가지 편의성이다. 어디나 한국어 안내가 되어 있어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없다. 심지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호텔에서 한국어 안내문을 별도로 줄 정도이다. 식당도 한국어 메뉴판을 제공하고 사진으로 보면서 주문할 수 있게 해준다.
규슈 남쪽 땅끝마을에 위치한 이케다호수에서 렌터카로 자유여행을 온 한국인 가족을 자전거 여행 중 만났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느냐고 서로 놀라며 물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어렵지 않다. 무섭지도 않다. 잘 준비가 되어 있다. 편하다"고 답한다. 교통수단도 잘 준비되어 각종 투어 패스, 트램, 열차, 렌터카 등 촘촘하게 곳곳을 이어 놨다. 주어진 관광자원은 일본에 비해 우리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다만 거기에 가미된 편의성, 안전, 친절, 배려의 차이다. 세심함의 무서움은 일본을 자전거로 도는 내내 곳곳에서 느낀다. 큰 것, 외형, 화려함, 과시를 높이 사는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부분이다. 유명 관광지 어디를 가도 한국인의 물결이 넘친다. 이러한 일본의 편의성은 앞으로도 더욱 많은 한국인을 일본으로 유혹하지 않을까 싶다. 후쿠오카역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면 꽤나 쉽사리 '저는 한국인인데요'라는 답을 듣는다. 우리는 무엇으로 일본을 매료시킬 것인가. 큰 숙제다. 시간과 많은 돈이 드는 하드웨어보다 배려와 세심함으로 소프트웨어를 향상시키는 데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
◆규슈 자전거 지도 그리기
규슈의 자전거 여행은 크게 서너 곳으로 구분된다. 특히 평소 우리가 빠르게 훑고 지나갔던 곳을 자전거로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다. 규슈의 중심이 되는 도시는 크게 나누어서 후쿠오카, 구마모토, 나가사키, 오이타, 가고시마, 미야자키 등이다. 이러한 도시를 기점으로 자전거길을 조합해본다. 전적으로 임시방편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딱히 정해진 바는 없다.
▷규슈 서쪽
후쿠오카에서 출발, 학문의 신을 모신 것으로 유명하여 특히 입시철에 우리에게 인기 있는 다이자후 텐만궁을 지나 사가(佐賀)로 간다. 사가로 가는 길은 거친 산들이 있어서 각오를 해야 한다. 360도 회전하며 사가 시가지를 한 번에 보여준다는 사가시청 전망대를 떠나 사세보(佐世保)로 간다. 사세보는 일찍이 서양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햄버거나 카스텔라, 치즈 등이 유명하다. 1천652만8천여㎡(500만 평)의 네덜란드풍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ハウステンボス)도 여기서 멀지 않다. 여기서 약 30㎞ 떨어진 나가사키로 간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해변도시 나가사키항. 일찍이 외래 문물의 도입 창구였고 선교사나 종교인들의 출입이 잦았던 곳이다. 그 영향으로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여행객들 누구나 하나씩 사오는 기념품이 되었다. 여기서 약 40㎞ 떨어진 곳에 온천으로 유명한 운젠시(雲仙市)가 있다. 거기서 바닷길로 시마바라 해협을 건너 구마모토(熊本)로 간다. 구마모토는 규슈 맨 가운데 위치한 교통의 중심지이다. 이렇게 서규슈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300㎞ 정도 소요된다.
▷규슈 동쪽
오이타시(大分市)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 오이타시는 동쪽에 위치한 가장 큰 항구도시이다. 여기서 벳푸는 멀지 않다. 약 20㎞ 정도이다. 벳푸야 워낙 온천 지옥순례 등으로 알려진 곳이고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단골 일 번지이다. 여기서 산속 온천이 아름다운 유후인으로 간다. 넘어가는 길은 험난하다. 다시 여기서 아소산(阿蘇山) 인근까지는 산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지대를 만난다.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아소산은 2015년 폭발 이후로 접근이 힘들게 되어 있다. 여기서 다시 중부 중심도시인 구마모토로 이어지는 약 250㎞ 길이다.
▷규슈 남쪽
남규슈의 아름다운 대표적인 두 도시는 가고시마와 미야자키이다. 가고시마는 규슈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고 검은 모래 찜질 온천으로 알려진 이부스키를 비롯해 활화산으로 영험이 높다고 알려진 사쿠라지마 등 단연 인기가 높은 곳이다. 여기서 약 100㎞ 달려서 니치난에 이르면 1955년 지정된 '니치난해안국정공원' 바닷길을 만난다. 그 길은 남쪽 미야자키시까지 이어진다. 약 350㎞ 남짓이다.
▷규슈 북쪽
4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에서 규슈와 본섬인 혼슈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 시모노세키이다.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는 매일 부관페리가 다닌다. 이곳 시모노세키 지역을 기타큐슈 지역이라 부르고 혼슈인 야마구치 등으로 이어진다. 그 길로 계속 나가면 히로시마에 닿을 수 있다.
규슈 자전거 여행의 첫 출발지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가고시마에서 시작한다.
※Tip
대구↔후쿠오카: 매일 TW(티웨이), BX(에어부산)/50분 소요
부산↔후쿠오카: 매일 TW(티웨이), BX(에어부산)/40분 소요
부산↔후쿠오카 선박: 매일 비틀, 카멜리아
-비틀/약 3시간 소요
-카멜리아/약 9시간 소요
부산↔시모노세키 선박: 매일 부관페리/약 1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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