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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지속되면, 2030년 이후 '요양 지옥' 온다…『미래 연표』

미래 연표/ 가와이 마사시 지음/ 최미숙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고요한 재난이 시작됐다. 정원 미달로 도산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된다. 지방에서는 백화점'은행이 사라진다. 급기야 외국인이 영토를 점령한다. 20년 내 일본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잿빛 미래다. 유례없는 인구 감소를 경험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도 없다. 예견된 변화에 대응할 방법은 없을까.

◆인구 감소 캘린더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인구는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인구 감소 사회의 충격적 결말을 예고한 '미래 연표'가 나왔다. 일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이자, 인구정책'사회보장정책 전문가인 가와이 마사시가 2017년부터 100년간 벌어질 일을 연대표처럼 정리했다.

저자는 수치와 그래프를 더한 체계적인 분석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언제, 왜 생길지 경고한다. 암울한 미래와 단계적 소멸이라는 파국을 예언하면서 일본 사회는 술렁였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여성 3명 가운데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로, 일본은 이미 '할머니 대국'이 됐다. 신입생 정원 절반을 못 채우는 사립대의 현실은 국립대의 존립도 위협하고 있다. 2019년이면 IT 인재가 부족해진다. 기반 시설을 개선'보수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뜻이고, 청년인력 부족 사태는 인공지능(AI)을 구현할 인력조차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끼와 순발력이 뛰어난 젊은이가 필요한, 예컨대 패션, 문화예술, 체육 분야의 성장도 멈춘다.

2020년에는 일본 여성 2명 중 1명이 50세 이상이 된다. 전체 여성 중 출산 가능한 여성이 절반이라는 뜻이다. 2022년에는 '나홀로 가구'가 3분의 1을 넘는다. 홀로 사는 고령 인구가 늘면, 돌봄 문제가 심각해진다.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는 노노(老老)케어 문제가 본격화하고, 간병 이직도 이슈가 된다. 부모, 또는 배우자 간호를 위해 휴직하거나 이직하더라도 직장을 되찾을 가능성이 작고, 한창 일해야 할 사람들을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는 기간에 병상 옆에 묶어둠으로써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숙련도 높은 고령 노동자는 관리직에 가깝고, 인건비는 비싸다.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해 일손이 부족하다. 주문이 있어도 생산 가능한 인력이 없으면 기업은 경영난에 직면한다. 구매력 있는 소비주도층인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2030년이 되면, 지방은 점차 소멸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방은 세수 부족으로 행정기능이 약화하고, 편의시설, 서비스 시설은 문을 닫는다. 인구가 몰리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유입되면서 도시는 '요양 지옥'이 된다.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 병원에 가도 나을 수 없고, 무연고 묘지와 시신이 늘어나 장례식장도 부족해진다.

미혼'독신 인구가 늘어나 저출산 속도도 가속한다. 고령 인구, 특히 빈곤한 노인이 늘어나면 재정은 무너지고, 인프라 관리가 불가능하다. 빈 땅은 외국인이 차지하고 국가는 소멸 위기에 놓인다. 지나친 상상일까.

◆앞당겨진 인구절벽, 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인구 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두 사람이 결혼해 1명을 낳으면 1세대를 거칠 때마다 인구가 절반이 된다.

2016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4명이다. 일본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얘기다.

이미 진행된 인구 감소는 저출산화를 악화시킨다. 과거 진행된 저출산화로 여아 수가 줄었고, 출산 가능한 여성이 줄어들어 합계출산율이 올라가도 출생아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산(多産) 사회가 재도래하기 전까지는 저출산이 다시 저출산을 낳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한편 통계청은 2016년, 2032년에 인구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가 지난달 말 발표를 통해 2031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정점을 찍고서 줄어들 것으로 예측치를 수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재의 출산율을 고려하면 2027년으로 4년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 가능 인구는 2016년 3천762만7천 명을 정점으로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65년에는 생산 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2천62만 명(47.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 가능 인구 중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는 2015년 52.8%에서 2065년 49.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시장 위축은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경제규모를 축소한다. 저성장의 고착화다. 일본이 아닌, 우리 이야기다.

◆작지만 빛나는 나라로

책은 위험한 상상을 늘어놓는 것으로 논의를 매듭짓지 않는다. 소리없이 들이닥칠 재난에 맞설 방법을 제시한다.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전제로 사회 구조를 재편하면 된다. 저자는 20세기형 성공스토리에 기대지 말고 전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자고 주장한다. 우선 65세 이상인 고령자를 70세, 또는 75세 이상으로 올려 고령자를 줄인다. 65~74세 인구를 사회의 기둥으로 재인식하는 것이다.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사회의 편의를 포기하면 과잉서비스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파격적인 제안도 있다. 비거주지역을 지정해 인구밀도가 높은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행정서비스 효율성을 높인다. 강제 이주 등이 동반되는 급진적인 방안이다. 정원 유지가 어려워 도산한 지방 대학 캠퍼스를 은퇴자 커뮤니티로 만들자는 것도 비슷한 방식이다.

국가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국비 장학생 제도로 꼭 필요한 인재 육성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셋째 아이 출산 가정에 1천만엔을 지급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급격하게 감소한 뒤의 상황을 고려한 알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불편한 미래를 예견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인구 문제 연구소는 '한국이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시절은 지났다.

24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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