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비핵화, 아직 우리 손에 쥔 것은 하나도 없다

대북특사단 방문 후 북 비핵화란 장밋빛 환상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환상을 심고 있다. 이는 북한 눈치 보기로 이어진다. 북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정부가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북제재, 한반도 미 전략자산 전개 등 북한을 둘러싼 모든 갈등은 북핵에서 비롯됐다. 핵 문제에 관한 한 북한이 우리나라의 눈치를 살필 일이지, 우리가 북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4월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미국 전략자산이 안 와도 된다'고 한 것은 그래서 유감이다. 그것도 한미연합훈련 파트너인 스콧 스위프트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에게 한 말이다. 미 항모전단과 핵잠수함, B-1B 폭격기 등은 북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이다. 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체계다. 국방장관이 훈련에 그런 전략자산을 동원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부터가 북 눈치 보기에 다름 아니다. 남북은 아직 휴전상태고 북이 핵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유사시 북과 맞서야 할 국방장관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

정부는 김정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반기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란 단서가 더 크게 울린다. 과거 북한은 이보다 더한 합의를 했지만 핵개발을 위한 시간만 벌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05년 9월 '검증 가능한 비핵화'까지 약속했지만 이듬해 핵실험에 나선 적도 있다. 이번에 또 북에 속아 넘어간다면 우리 안보엔 치명적이다. 이번 합의 역시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북이 대화에 나선 것은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에 '(미국이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설 또한 그동안 정상 국가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에 지나지 않는다. 북이 정상 국가로 돌아오길 원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등 진정성 있는 비핵화 로드맵이 따라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당당히 해오던 일을 해야 한다.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연합훈련도 북한을 의식해 적당히 할 일이 아니다. 대북제재 역시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아직 북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은 하나도 없다. 북 비핵화가 현실이 될 때까지는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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