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

최근 트럼프노믹스로 인해 세계 경제질서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농업 부문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으로 농업 분야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자료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많다'는 응답이 70%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세금 추가 부담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2013년 60%에서 매년 하락하여 작년에는 53.8%로 농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충성도도 갈수록 떨어져 2011년도 39.1%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여 작년에는 24.2%로 농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농업에 대한 공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농산물 구입은 실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홍수 조절, 환경 보전, 전통문화 보전 등 다양하지만 특히 식량 안보 측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곡물 수요의 빠른 증가세에 비해 곡물 생산은 지구온난화, 기상이변으로 인한 흉작과 세계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에 봉착해 있고 주요 식량 수출국의 자국 이익을 위한 수출 제한 조치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이 3.3%로 밀, 콩 등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곡물의 70% 이상, 전체 식량의 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식량 안보에 대한 불감증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 밥상과 먹거리의 대부분을 남의 손에 의지하고 있다면 그건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따르면 2022년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 목표치를 기존 32%에서 4.7%포인트 낮추어 27.3%로 제시하고 있어 식량 자급률 달성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식량 안보를 지키고 국내 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노력이 절실하다. 과거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앞세운 우리 농산물 애용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사라지면서 더 이상 국민의 애국심을 통해 농업·농촌을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존하고 농업·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업계에서는 외국산 농산물과의 차별화가 가능한 안전 신선 농산물 생산과 소비 트렌드에 맞는 생산 및 유통, 마케팅에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제도권에서는 식량 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구속력이 강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더욱 확산시키고 국민들의 인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은 패스트푸드로 인한 '맛의 획일화'를 극복하기 위한 전통적인 식재, 요리, 지역 전통의 풍요로운 식문화에 다시금 관심을 기울여야 농업의 가치를 지켜 낼 수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공감대만으로 지켜 낼 수 없다.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실질적인 행동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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